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10일 “2월에도 내수와 투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혀 내수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 수준으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째 동결이다.
이 총재는 “내수경기 둔화, 중국 금융불안, 북한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여전하지만 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오르고 외국인 자금 유출도 진정되는 등 긍정 요인도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현 내수 상황을 경기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 총재는 “최근 모니터링 결과 지난달 소비 및 설비투자 등 내수 실적치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다만 부진세가 1월보다 정도가 덜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배포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는 ‘국내 경기는 수출 부진 지속 등 영향으로 개선흐름이 약화’로 나와 전달에 나온 같은 보고서의 ‘개선흐름 주춤’ 표현보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지난 1월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해 개선흐름이 주춤했다고 묘사했지만 2월에도 내수 부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현재의 내수 부진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2월부터 진행된 개소세 인하 연장이 내수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론과 다소 상반되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또 “현재의 금리 수준이 실물경기 회복을 제약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 돌출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유가 상승은 실물경제와 상관없는 (핫머니 등에 의한) 가격변수에 따른 것”이라며 “대부분 경제데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총선을 앞둔 데다 최근 대통령과 정부가 잇달아 경기낙관론을 펼치는 등 경제 이외 측면이 금리동결을 이끈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2월 내수·투자 기대 못 미쳤다”… 금통위, 기준금리 9개월째 동결
입력 2016-03-10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