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대형 아파트 5곳 중 1곳에서 회계 부실이 드러났다. 관리비 횡령, 공사 수의계약 등이 확인된 ‘비리 단지’는 72%였다. 경찰은 관리비를 빼돌리거나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은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장 등 153명을 입건했다.
경찰청은 총리실·국토교통부 등과 아파트 비리 합동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전국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외부회계감사에서는 단지 8319곳 중 19.4%인 1610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외부회계감사 대상인 상장기업의 회계처리부실 비율이 1% 안팎인 점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주체는 매년 10월 31일까지 의무적으로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대상 단지 9009곳 중 672곳은 주민 3분의 2가 동의해 감사에서 제외됐고, 다른 18곳은 기간 내 감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감사 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가지 가운데 ‘적정’을 제외한 나머지가 부적정 판정에 해당한다. 부적정 의견별 단지는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거나 일부 위반사항이 발견된 ‘한정’ 1490곳, 서류 미비 등으로 충분한 감사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의견거절’ 87곳, 전반적으로 중요한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발견된 ‘부적정’ 44곳이었다.
부적합 유형별로는 현금흐름표 미작성 43.9%, 회계자료 누락·항목 분류 등 회계처리 부적정 18.2%, 장기수선충당금 과소 적립 및 목적 외 사용 등 15.8%, 잡수익·잡비용·수익사업 관련 6.0%, 현금 및 통장 관련 2.5% 등이었다.
충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2011∼2014년 약 20억원이 부정 사용된 정황이 잡혔다. 아파트 관리 계좌에서 관리소장 개인계좌로 3억7000만원이 이체됐고, 이와 별개로 2억4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다. 12억3000만원은 또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그럼에도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증빙자료가 없었다.
경기도의 한 관리소장 등이 공동 전기료를 부풀려 부과한 뒤 초과액 2200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관리비 운영자금 출금전표를 조작해 1400만원을 빼돌리는 등 5000여만원을 멋대로 인출했다.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10∼12월 아파트 429곳을 점검해 72%인 312곳에서 관리비 횡령과 공사 수의계약 부조리 등 비위·부적정 사례 1255건을 적발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1600만원을 들여 승강기 보수·교체 공사를 하면서 규정대로 경쟁입찰을 하지 않고 기존 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해야 할 공사대금은 수선유지비로 지출하고 입주자에게 관리비로 부과해 부담을 떠넘겼다.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특별단속을 벌여 43건 153명을 관리비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기도 일산신도시에서는 공사업체 대표가 2013년 4월 한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에 피트니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입찰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아파트 동대표는 브로커에게 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광주에서는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이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아파트 관리비 계좌에서 4500만원을 인출해 개인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전국 아파트 관리비 줄줄 샜다
입력 2016-03-10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