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비서 출신 틴 쩌, 사실상 미얀마 대통령… NLD 의회 장악해 당선 확실

입력 2016-03-10 21:35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미얀마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0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로 틴 쩌(69·사진)를 지명했다.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에서 보듯 이날 입후보한 틴 쩌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틴 쩌는 수치 여사와 같은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그녀의 운전기사 겸 비서를 지낸 심복이다. 현재 NLD의 중진의원인 그는 수치 여사에 헌신적인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가택연금 해제 당시에도 함께했던 것으로 유명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온화한 성품 덕에 당내에서도 폭넓은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틴 쩌의 부인도 NLD 소속 의원이며 장인은 NLD의 창당 주역 중 한 명인 우 린이다. 틴 쩌 자신의 부친도 미얀마의 유명 시인인 밍 뚜 웅이다. NLD는 하원추천 후보인 틴 쩌와 함께 상원추천 후보로는 헨리 벤 티유(58)를 동시에 지명했다.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지지를 받는 군부는 대통령 후보로 현재 부통령인 사이 마욱 캄을 지명했다.

미얀마 헌법에는 상원, 하원, 군부가 각각 1명의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고 이들 세 명을 대상으로 상하원 의원 모두가 투표를 실시하게 돼 있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 나머지 2명이 부통령이 되는 상황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NLD의 틴 쩌가 최다득표로 대통령에 취임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1962년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이래 민주적으로 선출되는 첫 미얀마 대통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선에 대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군부와 의회를 장악한 수치 여사의 민감한 관계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선자가 실세인 수치 여사의 대리인으로서 새로 구성되는 미얀마 정부를 이끌게 되지만 어려움도 예상된다.

수치 여사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때문에 출마할 수 없어 외무장관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