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올 5000억 흑자낼 것”… 현실은 가시밭

입력 2016-03-10 19:5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중구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최악의 적자였지만 올해는 5000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지난해 5조5051억원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했던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턴어라운드(흑자전환)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10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조5000억원의 적자는 예견됐던 손실”이라며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올해는 분위기상 흑자전환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목표는 5000억원 흑자다.

정 사장이 흑자전환의 근거로 든 대목은 세 가지다. 해양플랜트 손실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풍력사업 등 신사업 투자 부문 손실 반영이 끝났으며, 계열사 부실 등도 털어냈다는 이유다. 적자 원인이 대부분 제거됐기 때문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 사장은 특히 “가장 어려웠던 해양플랜트 공사가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흑자전환을 전망하기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 사장이 밝힌 올해 수주 목표 금액은 108억 달러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5억 달러 수주(목표액 130억 달러)에 그쳤다. 정 사장도 “현재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어렵다”면서도 “하반기 금융 시장이 좋아지고 유가가 오름세로 전환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희망은 수주잔량(이미 주문받은 물량)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전 세계 조선소 중 수주잔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잔량이 많아도 1∼2년 치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수주를 해야 사업이 유지되는데, 전 세계적인 조선업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구조조정도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본사 사옥 등 비핵심 자산 전량 매각, 공정 준수 등을 통해 1조1000억원 이상을 절감하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골프장 등 일부만 매각됐고, 본사 사옥과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등 나머지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300명의 희망퇴직 등을 포함해 900여명의 인력을 줄였지만, 추가적인 인원 감축도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신 ‘물량팀’이라고 부르는 협력사 임시직 인원을 1만여명 정도 줄일 방침이다. 정 사장은 “한때 5만명의 인력 중 40%(2만명) 정도가 물량팀이었다”며 “임시직인 만큼 일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조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됐고, 15년 지난 지난해 말 다시 4조2000억원 투입이 결정됐다. 대우조선해양에만 7조1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된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적자를 볼 수는 있지만, 이를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재경본부장인 김열중 부사장은 “회사가 정상화되면 국민의 돈을 갚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정 사장은 “가장 뼈아픈 얘기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얘기”라며 “대우조선해양은 밑 빠진 독이 아니라 방수처리가 잘된 독이다. 올해와 내년 결과를 통해 말하겠다”고 자신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