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지난 8일 우리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방안에 대한 첫 공식 반응이다. 북측 내 남측 자산의 완전 청산, 경제협력·교류 사업 합의 무효화, 정치·군사적 대응 방침이 그 골자다. 이번 성명이 우리 정부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 발표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개성공단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이 공언한 정치·군사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밝힌 ‘청산’ 조치는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이미 시행한 ‘동결·몰수’ 조치보다는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북한이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처분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선 개성공단 내 남아 있는 원·부자재 등을 우선 사용하거나 이를 처분해 현금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 내 일부 공장시설을 이전하고 군부대를 주둔시킬 가능성도 대두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 등 기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일부 공장시설을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으로 이전해 자신들이 운영하고, 빈자리에는 군부대를 주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앞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달 이미 공단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 상태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 역시 관광사업 등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관광사업이 중단되자 이미 남측 자산을 동결·몰수했다. 이어 이들 시설을 활용해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사실상 무단 사용해 왔다. 이번에 이들 시설에 대해서도 ‘청산’을 선언한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적 대응 수위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건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다. 북한이 이를 감행할 경우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명분으로 작용해 논란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미·중 간 갈등을 의도적으로 확대해 한반도 내 신(新)냉전 구도를 만들려 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은 북한에 더 아픈 ‘매’를 들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과 3000㎞의 무수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국지도발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직접적 무력 도발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남북 간 경제협력·교류 사업은 이미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대부분 중단됐다는 점에서 선언적인 항목으로 해석된다. 북측 내 남측 자산의 청산을 위한 단계적인 절차에 가깝다. 박근혜정부 내에선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지원 사업도 재개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 사업 승인도 모두 보류해 왔다. 통일부는 최근 “중증 결핵환자 1500여명의 생명이 위험하다”며 민간단체인 유진벨재단이 요청한 결핵 치료약의 대북 지원 승인 건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관련기사 보기]
北, ‘독자제재’ 발표에 보복… 南 자산 1조4000억 몰수 처분
입력 2016-03-11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