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현 칼럼] 젊은 세대들의 꿈찾기

입력 2016-03-11 18:05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아들의 꿈은 문방구점 사장이었다. 엄마, 아빠가 교수인데 정작 우리 아들의 꿈은 문방구점 사장이었다. 나는 아들의 말을 듣고 왜 문방구점 사장이 되고 싶은 지를 물었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는 문방구가 좋다고 했다. 나는 아들이 왜 이렇게 꿈이 없는지 당시 못 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 것 같다. 이후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은 교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 내가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문방구점 아저씨보다는 교수가 훨씬 나을 거 같아”라고 했다. 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들의 말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 말인데, 아빠, 공부 안하고 교수될 수는 없을까?”

나는 아내와 이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무언가 구체적으로 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에 감사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 아들에겐 그동안 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사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오늘날 우리 젊은 세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시대를 살아간다. 이 문구는 원래 베스트셀러 책의 이름이었으나 어느새 더 이상 아무런 욕망도 꿈도 품을 수 없는 무기력과 좌절에 빠진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 버렸다.

소비는 현대 사회의 미덕이고 소비는 욕망을 통해 움직인다. 욕망이 없으면 우리의 소비자 자본주의 시스템은 돌아 갈 수 없다. 심리상담실을 찾아오는 젊은이들 중 상당수는 아무런 욕망이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들에겐 큰 욕심이 없다. 그런데 이게 문제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크게 원하는 것도 없다. 기껏해야 조금 더 자주 PC방에 갈 수 있는 용돈이나 한가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원했다. 부모는 그들을 어떻게 해서든 대학을 졸업시키고 취업시키길 원하나 그들이 정작 별로 원하지 않는다. 시간을 낭비하거나 게을러 보이는 그들이 가진 병명은 ‘지나친 욕망의 결핍’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찾아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하도록 이끄는데 있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적 인물이자 ‘장사의 신’의 작가인 우노 다카시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 가게 위치가 얼마나 좋은가, 과연 상업성이 있는 종목인가를 파악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얼마나 신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가이다. 내가 진정으로 어떤 가게를 하고 싶은가, 어떤 가게라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손님은 즐기기 위해서 가게를 찾는다.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먼저, 내가 즐거워야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연인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손님이 즐거워서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또한 장사가 안 되고 괴로울 때, 자기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한 번 떠올리라고 말한다. 죽지 못해서,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장사한다고 생각하면 망한다. 사실 ‘대박집’을 가보면 주인의 얼굴이 밝고 긍정적이고, 기쁘게 일한다. 장사가 잘되니 당연히 기쁜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먼저 밝고 적극적이며 기뻤기에 더 기쁠 수 있는 일들이 찾아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 스스로 신나게 즐겁게 일하는 상태를 미국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플로우(flow), 한국어로 ‘몰입’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행복은 플로우의 발견에 있다는 것이다. 플로우는 어떤 행위에 완전히 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생기는 감정이다. 즉 너무 정신이 팔려 눈 깜작 할 사이 시간이 지나가고 자신과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다. 우노 다카시의 ‘장사하는 사람이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는 말은 자신이 몰입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신나게 정말 유쾌하게 일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도록 이끈다면 이들에게는 이젠 되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된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망이 아닌 자녀들이 무언가 되고 싶고, 갖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꿈 찾기는 그들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인 셈이다. 우리 부모는 과연 이러한 욕망을 가졌으며 그러한 욕망을 실현했는가? 우리 자녀들은 우리 부모 세대와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최광현<한세대 심리상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