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회관에서 6명의 사상자를 냈던 이른바 ‘농약사이다 사건’과 흡사한 ‘농약소주 사건’이 경북 청송에서 발생했다.
농촌지역 마을회관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소주(사이다)를 마신 불특정 다수의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과 해당 소주(사이다)에서 고독성 농약 ‘메소밀’이 검출된 점이 신기하게도 닮았다.
9일 오후 9시40분쯤 청송군 현동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들 가운데 박모(63)씨와 허모(68)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중 박씨는 병원 치료 도중 10일 오전 8시10분쯤 숨졌고,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허씨도 중태다.
당시 마을회관에는 박씨와 허씨가 술을 마시던 방에 8명, 거실에 5명 등 모두 13명의 마을주민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방에서는 주민들이 화투놀이를 하면서 허씨와 허씨의 아내, 다른 여성 1명 등 3명이 김치냉장고 안에 있던 소주 한 병을 함께 나눠 마셨다.
이어 늦게 도착한 박씨가 허씨와 둘이서 문제의 두 병째 소주를 함께 마셨다. 이 소주는 마시다 남은 것인지, 막 개봉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치냉장고 안에는 소주 30여병이 보관돼 있었다.
이들은 두 병째 소주를 각각 2잔씩 나눠 마시던 중 이상증세를 느끼고 바늘로 손가락을 따는 등 스스로 치료를 하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이 마을 현재 이장이고 허씨는 전 이장을 역임했다.
주민들은 마시던 소주에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았고 육안으로 볼 때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송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주민들이 마시던 소주와 소주잔에서 농약 ‘메소밀’이 검출됨에 따라 누군가가 소주병에 농약을 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앞서 할머니들이 집단으로 피해를 본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에서도 무색무취의 고독성 농약 ‘메소밀’이 검출됐다. 피의자인 박모(83) 할머니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범행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마을은 52가구 95명의 주민들이 생활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주민들 간 특별한 갈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입구에는 CCTV가 없고 1.5㎞ 떨어진 지점에 설치돼 있다.
경찰은 “이들이 두 번째 마신 소주병에서 메소밀이 검출됨에 따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소주에 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시 마을회관에 있었던 주민들과 마을회관 상시 출입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청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제2 농약 사이다 사건?… 마을회관서 소주 나눠 마신 주민 1명 사망 1명 중태
입력 2016-03-10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