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아직도 현재진행형… 원전 방사능 피폭 우려 여전

입력 2016-03-11 04:03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작업 후 오염물질을 담은 검은색 봉투들이 8일 일본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외곽의 민가 옆에 쌓여 있다. 인근 주택가에서는 이처럼 제염작업 봉투를 길가와 집 옆 곳곳에 모아놓은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동시에 겪은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에서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본대지진이 할퀴고 간 상흔을 치유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고 직후 몇 년간의 참혹한 모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는 해도 재해 재발 방지와 유효기간을 가늠하기 힘든 방사능 오염의 극복, 이재민 양산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사실상 도시 전체가 피해구역이라 할 수 있는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는 관내 3개 구 중 원전에 가장 가까운 오다카구의 거주제한 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주간 통행은 가능하기에 직접 찾아본 오다카구는 피폭 우려 때문인지 복원작업의 진척이 가장 늦어 현재도 쓰나미 당시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청 복구기획과 관계자들은 조만간 주거가 가능하도록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작업이 마무리 단계라고는 하지만 이는 주거지역 인근에 한하며 산간지역 등은 광범위해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시민에게 방사능 피폭량 측정기를 소지하도록 한 것 역시 지역에 따라 제염작업 진척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복구기획과 다카하시 히로무 주사는 외부에서 6000명의 인력을 유입해 제염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손이 달린다며 “간단히 말해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원래 고령화 지역이었는데 사고 이후 아이가 있는 젊은층이 가장 많이 줄고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아 급료를 높이 책정하는 등 다양한 구인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대도시인 센다이시의 경우 주변 지역 이재민의 유입으로 인구는 오히려 늘었고 복구작업도 순조롭다. 하지만 노년 인구 비중이 큰 상황이어서 공동체 파괴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센다이시 재난구호국 요코노 고이치로 실장은 “공동체 문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특성상 이웃과 뿔뿔이 흩어져 공동주택에 들어간 주민들의 황폐해진 마음 역시 중요한 치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주택 비중이 압도적인 이 지역에서 이재민 대책으로 제공된 공용주택은 아파트 형태다. 때문에 안 그래도 전혀 모르는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요코노 실장은 전했다. 그는 독거가정에서 노인이 죽어도 이웃이 이를 모르고, 또 독거노인용 긴급 휴대전화를 지급하지만 응급호출을 누를 기력도 없이 고독사한 사례도 있다면서 “티타임이나 요리교실, 댄스행사 등 새로운 이웃과 대면할 수 있는 ‘조나이카이(지역모임)’를 꾸준히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센다이·미나미소마=글·사진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