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100세가 싫어요”

입력 2016-03-10 17:53

스웨덴의 요나스 요나손이 지난 2009년 펴낸 코믹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35개국에서 번역돼 600만부나 팔렸다. 영화로도 제작됐다. 주인공 알란은 자신의 성대한 100세 생일 파티를 앞두고 자유를 찾아 양로원을 전격 탈출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 100세에 이르렀지만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는 생각은 제로, “어차피 덤으로 사는 인생 더 즐기며 살자”고 다짐한다. 절도범으로 몰리는 등 좌충우돌을 거듭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 친구들과 함께 발리에서 행복하게 여생을 보낸다.

옛날엔 100세를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고 했다. 상수(上壽)라 불린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관리만 잘하면 하늘 도움 없이도 100세까지 살 수 있다. 그렇다고 100세 노인이 알란처럼 모두 행복할 수는 없다. 아니 100세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난 7일 일본 고베에서 99세 여성이 “100세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0세 이상 인구가 6만명이 넘는 노인천국 일본이 일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잠깐, 남의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이 무려 1만5570명이나 된다. 65세 1000명당 16명이 100세 넘겨 살 수 있단다. 그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아프다 죽는다)가 아니라 9988231(〃 일어난다)인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장수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백수까지 누리다 이애란 노랫말처럼 ‘좋은 날 좋은 시’까지 골라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가시밭길인 경우도 많다. 우리 국민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 비해 10세가량 낮다. 10년 정도는 온갖 병치레를 하다 죽는다는 뜻이겠다. 그 사이 슬하에 상함을 겪는 노인도 적지 않을 테고.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