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日 정부의 원전 재가동과 귀향 독려·부흥 정책은 국가 중심적이고 폭력적”

입력 2016-03-11 04:03

동일본 대지진 5주년을 맞아 최근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반비)을 출간한 재일 인문학자 서경식(사진) 도쿄게이자이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35년이 우리에게 그렇듯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경험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5일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지역을 렌즈에 담아온 사진작가 정주하씨와 함께 일본 각지에서 사진전과 좌담회를 개최해 왔다. 그는 순회 사진전과 좌담회의 타이틀을 식민지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명명한 데 대해 “동일본대지진의 피해 양상이 과거 일제 식민지배와 닿아 있다”고 해석했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일종의 ‘전쟁’ 개념으로 읽어낼 수 있다며 “국가 정책과 전력회사의 이윤추구 등 거대 권력이 피해자들을 ‘가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원폭 재해의 특성상 일본만이 아닌 인근 국가들과 전 세계가 피해를 입은 것인데도 일본 정부는 ‘다시 부흥할 수 있다’는 자기중심적 얘기밖에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원전 재가동이나 귀향정책 등도 지나치게 국가 중심적이고 폭력적이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방사능 피해는 시간적 척도가 길어 피해 규모와 지속 정도를 예단하기 어려운데 국가가 나서서 괜찮다고만 하면서 이재민들의 귀향을 독려하고 부흥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등 타 지역 주민들에게 후쿠시마의 비극이 점차 ‘남의 일’로 탈색되고, 이런 인식차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망각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동아시아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고 이후 일본의 ‘파시즘 회귀’와 ‘원전 재가동’은 꾸준히 염려의 대상이었다. 아베 신조 정부의 평화헌법 개정과 원전 재가동 강행으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서 교수는 “원전 사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애매한 대처로 신뢰를 잃었고 이후 정권을 잡은 보수 자민당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며 아베 정권의 폭주가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건희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