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45·사진)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노벨문학상 다음’이라고 평가되는 맨부커상 후보에 한국 소설이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맨부커상은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13개 작품을 2016년 맨부커인터내셔널상 후보작으로 선정했다고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맨부커상은 영미권 작가들이 쓴 소설에는 맨부커상을, 비영미권 작가들의 소설에는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여한다.
이날 발표된 맨부커인터내셔널상 후보작에는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Death by Water’(한국판 ‘익사’),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 중국 유명작가 옌렌커의 ‘The Four Books’(한국판 ‘사서’) 등이 포함됐다. 그 밖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오스트리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앙골라, 콩고 출신 작가들이 후보에 올랐다.
5명으로 구성된 맨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지난해 영국에서 출판된 비영미권 작가들의 소설 가운데 155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13편을 맨부커인터내셔널상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보이드 턴킨 심사위원장은 “이야기 자체의 탁월성뿐만 아니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번에 선정된 후보작들은 좋은 소설은 국경을 가로지른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2007년 발표된 한강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The Vegetarian’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는 이 책으로 영국의 주요 번역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2014년 발표된 한강의 또 다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도 지난 2월 영국에서 출판됐다.
한강은 근래 가장 왕성하게 해외로 번역되는 한국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는 미국 등 22개국에 수출됐고 ‘소년이 온다’도 이미 10개국으로 팔려나갔다. 한강은 지금까지 6권의 장편소설과 3권의 소설집, 1권의 시집을 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다수 받았지만 해외 수상은 아직 없다.
맨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다음 달 14일 최종 경쟁 후보 6편을 발표한다. 최종 수상작은 5월 16일 공개된다. 총상금은 5만 파운드(약 8600만원)로 작가와 번역가에게 균등하게 배분된다.
한강의 소설들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한강 작가가 국제 문단의 시야에 들어갔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노벨문학상 같은 결실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英 맨부커상 후보에… 한국 소설 첫 선정
입력 2016-03-10 19:47 수정 2016-03-11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