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실어오는 꽃들 중에 성격이 제일 급한 건 매화다.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철쭉 등 봄을 상징하는 꽃들 가운데 가장 빨리 피고 색깔도 곱다. 다음 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매화가 첫 봉우리를 틔우기 시작하면 1∼2주 사이에 전국에는 오색찬란한 봄꽃들이 들불처럼 북쪽으로 번져올 것이다. 일찍이 봄나들이 다녀온 상춘객들은 광양의 매화 꽃봉오리가 이미 잔뜩 부풀어올라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모양새가 그만이라고 한다. 올봄에는 어디로 봄 맞으러 나갈까.
개나리, 매화, 산수유 꽃은 다음 주부터 시작되고 벚꽃과 진달래는 4월 1일부터, 유채꽃은 4월 둘째 주부터, 봄꽃 중 가장 늦은 철쭉이 4월 하순부터 5월 말까지 이어진다. 개나리꽃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축제화된 건 많지 않다. 목포의 유달산 개나리축제가 가장 유명하고 서울의 응봉산과 무악동이 개나리 구경에 제격이다. 3월 18일과 19일에 일제히 시작되는 광양 매화축제, 양산 원동 매화축제, 해남 매화축제는 봄축제의 백미이자 누가 찍어도 사진이 화보처럼 나오는 봄꽃축제의 성지로 꼽힌다.
벚꽃축제는 때를 잘 맞추면 천국을 경험하지만 잘못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밀당의 고수다. 조금 빨리 가면 만개 직전의 봉오리만 틔워 썰렁하고, 약간 늦었다 싶으면 순식간에 색이 바래 사진을 찍어도 우중충함만 남으니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벚꽃만큼 타이밍이 중요한 축제도 없다. 올해 벚꽃은 4월 1일부터 진해 군항제를 비롯해 화개장터, 한강 여의도 벚꽃축제가 동시에 시작되고 서귀포, 섬진강, 군산, 청풍호, 신탄진, 석촌호수, 에버랜드, 경주, 금산, 서울대공원, 남산 등이 4월 중순까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월대보름에는 나쁜 운을 씻어냈으니 이번엔 싱그러운 봄축제로 좋은 기운 받을 차례다. 봄나들이 가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축제와 축제 사이] <11> 봄나들이
입력 2016-03-10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