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세돌 9단 “알파고, 예상 외로 탁월… 인간이 둘 수 없는 手 둬”

입력 2016-03-09 22:14

알파고에게 패한 뒤 이세돌 9단은 9일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너무 놀랐다”며 말을 꺼냈다.

이 9단은 “바둑 면에서 이야기하면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한다”며 “이렇게 바둑을 둘 줄 몰랐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는 중반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면서 186수 만에 돌을 던졌다.

대국 종료 후 40분 만에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낸 이 9단은 패인에 대해 “알파고가 예상과 달리 초반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했다”면서 “중반에 서로 나쁜 상황이 이어질 때 알파고가 인간이 둘 수 없는 수를 뒀다. 개발사에 존경심을 표한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충격적이긴 하지만 (패배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즐기게 됐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9단은 “포석에 실패해 졌기 때문에 그걸 잘하면 내일은 승산이 있을 것”이라면서 “실수가 없으면 내일은 승산이 있다. 그래서 승부는 5대 5가 될 것”이라고 당초 목표를 크게 수정했다.

첫판에 져 흔들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경험 면에서 여러 번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알파고에 진 판후이처럼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전투적이고 창의적인 바둑을 둔 이 9단에게 존경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은 대국의 전망에 대해서도 “앞으로 4번의 대국이 남아있고 이 9단도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것”이라며 “그것에 알파고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봐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데이비드 실버 딥마인드 개발자는 “오늘 모든 순간 알파고가 보유한 능력의 한계치까지 이용해야 했다”며 “알파고 한계를 시험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팀 전체를 대표해 이번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고, 대전 과정에서 오류가 없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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