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맹희(사진) CJ그룹 명예회장의 유족이 신청한 ‘상속 한정승인(限定承認)’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유족이 상속받은 자산만큼만 고인의 빚을 갚는 것이다. 유족은 이 명예회장이 자산 약 6억원, 채무 약 180억원을 남겼다고 법원에 밝혔다. CJ 측은 “고인이 진 빚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83) 고문과 장남 이재현(56) 회장, 딸 이미경(58) 부회장 등 3남매는 지난해 11월 부산가정법원에 한정상속을 승인해 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였다. CJ그룹 관계자는 9일 “이 명예회장은 1980년대 이후 주로 해외에 머물며 가족과 사실상 독립적으로 생활해 왔다”면서 “그동안 고인이 어떤 경제적 거래를 했고, 자산이나 빚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한정승인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생길지 모르는 ‘우발채무’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정상속은 법원이 고인의 자산·채무를 조사해 액수를 확정지은 게 아닌 만큼 채권자가 유족에게 소송을 걸어 망자의 숨겨진 자산을 찾아내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3월 4일자 14면 참조).
이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3남5녀 중 장남이다. 후계자 1순위로 꼽혔지만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 이후 청와대 투서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 때문에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다.
이 명예회장의 빚 180억원은 2012년 이건희 회장과의 유산 분쟁에 들어간 소송비용 등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유산으로 9400억원을 요구했었다. 1·2심 모두 패하면서 인지대로만 수십억원이 들어갔다. 장손이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딱히 없었던 이 명예회장이 이 때문에 빚을 졌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측은 이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변호사 비용 등 15억원을 달라”며 소송을 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빚 180억 남긴 ‘삼성家 장자’ 이맹희… 유족, 6억만 내고 탕감
입력 2016-03-09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