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탄두 소형·표준·규격화 실현” 첫 공언

입력 2016-03-09 21:5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가 핵탄두 기폭장치로 추정되는 은색의 원형 모형 앞에서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대해 지도하는 사진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게재했다.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했다고 직접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9일 김 제1비서가 핵무기 연구부문 과학자·기술자들에게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소형화된 핵탄두와 KN-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핵 능력 공개 의도=북한 최고지도자 김 제1비서가 핵무기 소형화 완성을 언급한 것은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필두로 속속 국제사회의 제재가 현실화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압박 강도가 높아질수록 호전성을 더 높이겠다는 위협이라는 얘기다.

김 제1비서는 “핵물질을 꽝꽝 생산해 핵무기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정밀화·소형화된 핵무기들과 운반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라”고 주문했다. 또 “핵 선제타격권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면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제1비서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을 배경으로 원형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모형 앞에서 설명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7일부터 시작된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도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 대해 핵무기라는 ‘차원이 다른’ 전략무기로 한·미를 공격할 수 있다고 과시하려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계산도 있다. 경남대 김동엽 교수는 “5월 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국제적 제재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불만과 민심이반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 달성?=통일부는 북한이 소형화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소형화에 근접했지만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마크 웰시 미 공군참모총장도 지난 7일 미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ICBM에 장착할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소형화에 도달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 1980년대부터 평양시 용덕동 고폭실험장에서 120여 차례 고폭실험을 해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하지 않았다. 소형화에 성공해 추가 실험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해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핵탄두 기폭장치 모형은 플루토늄을 원료로 한 내폭형 탄두용으로 추정된다. 김 제1비서는 현지지도에서 “우리식 혼합장약 구조”라고 말했다. 내폭형 탄두는 핵물질 주위에 고폭장약을 설치해 일시에 핵폭발을 유도한다.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핵폭탄 ‘팻맨’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이춘근 박사는 “표면에 반짝이는 동그란 렌즈가 72개가 넘는다”며 “상당히 정교한 기폭장치”라고 주장했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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