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기계에 졌다. 인간계를 대표하는 이세돌(33)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9단은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1번기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패했다. 중반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후반 끝내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면서 돌을 던졌다. 당초 5대 0 승리까지 자신했던 이 9단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인 바둑에서만큼은 인간이 우위에 있을 것이란 전망은 이번 대국으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인공지능 바둑에 대해 품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 이로써 인공지능을 앞세운 과학계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 존재가치를 확실히 인정받게 됐다. 15일까지 진행될 다섯 번의 이번 맞대결 중 제2번기는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초반부터 알파고가 미세한 우위를 보였다. 창의력과 직관력으로 초반 포석에서 인간이 앞설 것이란 전망을 무색케 했다. 알파고가 먼저 싸움을 걸었지만 이 9단이 대마를 살리면서 초반 위기를 벗어났다. 우세를 잡았던 알파고가 중반 몸을 사리면서 2시간이 지날 무렵 흔들기에 나선 이 9단의 우위로 바뀌었다. 바둑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이 9단의 우위를 예상했다.
하지만 뒤처지던 알파고가 이 9단의 우변에 침투한 뒤 실리를 얻으며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 9단의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우하귀 쪽에서 확실한 방심이 있었다. 끝내기에는 계산에 능한 알파고가 유리했다. 승산이 없음을 판단한 이 9단은 대국 시작 3시간30분 만인 오후 4시30분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던졌다. 복기는 상대가 없어 이 9단 혼자 했다.
대국 해설을 하던 유창혁 9단은 “이해할 수 없는 이 9단의 실수가 패착이었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과 두면서 본인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상대의 약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본래의 이세돌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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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기계에 무릎꿇다… 이세돌, 인공지능 ‘알파고’와 첫 대국서 충격적 불계패
입력 2016-03-09 20:15 수정 2016-03-09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