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은 남성과 뚱뚱한 여성은 키가 훤칠한 남성이나 날씬한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하기 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만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어서 역대 어느 연구보다 심도 있는 결과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키와 몸무게만으로는 개인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영국 엑스터대학 티머시 프레일링 교수 등은 영국 바이오뱅크(생체은행)에서 수집한 12만명의 생체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의학저널인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발표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키가 비교집단보다 3인치(7.62㎝) 더 작은 그룹의 경우 연간소득이 평균 1600달러(약 194만원) 더 적었다. 연봉이 적다는 것은 직급이 낮거나 덜 선호할 만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성들에게선 신장이 사회적 성취와 크게 상관이 없었다.
대신 여성들은 몸무게가 영향을 미쳤다. 비교집단보다 체중이 14파운드(6.35㎏) 더 나가는 여성은 공교롭게 단신의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연봉이 1600달러 더 적었다.
이에 대해 WP는 “단신의 나폴레옹과 덩샤오핑(鄧小平), 베토벤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사회에서 불리한 신체조건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더 성공하려고 애를 쓴 덕분이라는 세간의 얘기들과 부합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WP는 또 이전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경제 잡지 포천의 6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3분의 2의 신장이 6피트3인치(190㎝) 이상이라는 분석이 있었고, 키가 작을 경우 질투심이 커 빨리 사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영국 브리스톨대 조지 데이비 스미스, 닐 데이비스 교수는 “키가 작거나 몸매가 좋지 않으면 자존감이 줄고 의기소침하게 돼 성공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취업 면접이나 승진 심사 때 키와 몸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실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큰 키와 체중과 함께 부모의 삶의 조건도 물려받기에 더 큰 성공이 보장될 수 있다는 ‘왕조 효과(dynastic effect)’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레일링 교수 스스로도 “이번 결과는 인구 데이터 결과물이지 키와 몸무게가 한 사람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운명론적 요인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체자료 기증자들이 일반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샘플도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키 작은 男·뚱뚱한 女, 연봉 194만원 낮다… 영국서 12만명 생체자료 분석
입력 2016-03-09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