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거리 한 집 건너 사주·타로·궁합집… ‘지푸라기’ 찾는 젊은이들 현혹

입력 2016-03-09 20:59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거리’에 늘어선 사주·타로카페들. 100여m 구간에 무려 20여곳이 성업 중이다.
낭만과 예술, 자유의 거리라 불리며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거리. 그 심장부인 홍대입구역 9번 출구부터 홍익로를 지나 잔다리로까지 이어지는 300여m 구간을 9일 오후 찾았다. 줄지어 늘어선 카페와 식당, 옷가게들 사이로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간판들이 있었다. ‘사주’ ‘타로’ ‘궁합’ 등의 간판을 내건 점집들이었다.

“친구와 함께 타로점을 봤다”는 A(23·여)씨는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취업 문제 때문에 고민하다 한풀이라도 할 겸 찾았는데 오히려 마음만 심란해졌다”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날 홍대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에게선 낭만과 자유보다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함이 엿보였다. 성업 중인 타로카페 중 젊은 역술가가 앉아있는 곳에 들어가 봤다. “직장운이 궁금하다”는 기자의 말에 역술가는 “수십 장의 타로 카드 중 10장을 선택하라”고 했다. ‘직장운’ ‘연애운’에 대해 역술가와 5분여 대화를 나누는 데 지불한 돈은 1만5000원이었다.

역술가에게 어떻게 타로카페를 운영하게 됐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영화감독이 꿈이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포기하고 취직 준비에만 5년을 보낸 뒤 가까스로 찾은 길이 이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요즘엔 사주나 점을 보면서 뚜렷하게 희망을 찾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고 공감을 얻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타로카페를 나서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나 이곳을 지키는 사람이나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타로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 가게를 찾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이곳 상권이 워낙 세서 5평(15㎡) 정도 공간이면 보증금 6000만원에 월 3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인중개사는 “그것도 공간이 나오는 대로 나간다”며 “최근 3년 사이에 타로·사주 카페는 거의 업종 변경 없이 성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8일 논평을 통해 “최근 ㈔대한경신연합회 관계자가 불교계 모 언론을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2006년 13만2990명이던 무속인 수가 올해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병대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타로·사주 카페 운영자의 경우 경신연합회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무속인의 범주를 넓히면 족히 30만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특히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 평생교육원, 각종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무속·사주·타로 강좌를 수강한 청년들이 점술 업계로 몰리고 있어 폐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점집이 확산되는 것은 위로를 소비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교회가 성경적 가치관을 가진 상담 전문가들을 활용한다면 소위 ‘결정 장애’에 빠진 이 시대의 청년들이 미래지향적 태도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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