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결전 D-4… 증권사들, 전문성 내세워 은행과 승부

입력 2016-03-09 21:01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와 21개 증권사가 18억원을 들여 공동으로 ‘증권사와 이사(ISA)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해 홍보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 주 베일을 벗는다. 14일 출시를 앞두고 금융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에 열을 올리는 한편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경쟁은 각 회사뿐 아니라 업권 간에도 치열하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각자 강점을 내세우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수익률 가름할 모델 포트폴리오

먼저 진영을 갖춘 건 증권업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임형 ISA에 적용될 모델 포트폴리오(MP)가 14일 상품 출시와 함께 공개된다. 지난 3일 NH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12개사가 일임형 ISA 판매의 기준이 되는 MP를 만들어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수정사항 등을 반영해 보고 후 7영업일이 지나야 홍보할 수 있다.

ISA는 한 통장에 주가연계증권(ELS), 예·적금 등을 넣어 투자하고 순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1년에 2000만원씩 5년간 총 1억원을 넣을 수 있다. 운용 방식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마음대로 운용하는 신탁형과 금융회사가 대신 운용해주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일임형은 수수료 수준이 높지만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 금융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신탁형 취급만 가능했던 은행권이 일임형 ISA 허용을 요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임형 ISA 투자 시 기준이 되는 것은 모델 포트폴리오다. 금융 당국은 금융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누고 이에 맞는 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시하도록 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성을 만들어 금융소비자의 마음을 잡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운용능력은 증권업계가 최고” 강조

금융권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등장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수익률이다. 금융 당국은 각 사의 수익률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사 간 ISA 이동이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운용 전문성을 지닌 증권사가 ISA 경쟁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2000년부터 투자일임업을 해왔고, 투자자산운용사도 지난 2일 기준 등록된 은행이 277명인 데 비해 증권은 8423명에 달한다”며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출시 한 달을 앞두고 일임업 ISA 영업이 가능해진 은행들은 부랴부랴 등록 준비를 하고, 일선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고 있다.

일임업 등록이 끝나지 않은 은행권은 14일 신탁형만 내놓을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 틈에 먼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와 21개 증권사가 함께 ‘증권사와 이사(ISA)하라’는 광고까지 선보였다.



7000여개 지점 VS 비대면 가입

은행의 일임형 ISA가 가능해지면서 증권가에선 지점을 많이 보유한 은행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은행이 가진 친근한 이미지와 증권사의 6배에 이르는 지점 수는 접근성 측면에서 증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증권사들은 핀테크 바람을 타고 확대되고 있는 ‘비대면 방식’을 통해 경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앞서 당국은 일임형 ISA를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은행 계좌는 지점에 가지 않고 만들 수 있게 됐다. 증권가도 발 빠르게 움직여 지난달부터 비대면 계좌 개설을 준비했다. 모바일을 통해 본인 명의 타기관 계좌 소액이체, 영상통화 등으로 본인인증을 하면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업계는 비대면 일임형 ISA 가입까지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