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권력 논쟁이 다시 점화될 것인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여기서 촉발된 문학권력 논쟁, 비평 실종 문제 등이 형식적 인적 쇄신 이후 유야무야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계간 ‘실천문학’이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학동네, 창비 등 이른바 문학권력으로 지목돼온 대형 출판사들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실천문학은 최근 출간된 봄호에서 문학권력 논쟁의 미비점과 재논의를 제안하는 문학기획 코너를 마련하고 허민 인문학협동조합 연구환경정책위원장과 권성우 문학평론가의 기고를 실었다.
허 위원장은 ‘당신들은 읽지 마세요: 적이 없는 시대의 문학과 비평’이라는 글에서 창비, 문학동네가 단행한 인적 쇄신의 한계를 언급했다. 논쟁이 터진 이후 문학동네는 강태형 대표와 서영채 편집위원을 비롯한 1기 편집위원을 퇴진시켰다. 창비에서도 백낙청 편집인과 김윤수 발행인, 백영서 편집주간 등이 물러났다. 허 위원장은 “퇴진의 소감에 스며있는 ‘억울함의 정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서영채 문학동네 편집위원이 “문학동네가 권력일 수 있다면 그건 다만 문학동네에서 책을 내거나 글을 발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는 문학동네 비판의 논리를 열등의식으로 격하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자신들의 여전한 선의와 위상을 확인하는 퇴진의 변”이라고 꼬집었다. 또 창비 역시 문학권력 논쟁을 이전 시기의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위기’와 비견되는 시련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태도의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허 위원장은 “문학동네와 창비, 그리고 문학과지성 등 대형 출판사들이 공모전과 문예지를 통해 한국문학의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문단 내에서 상업적 이익을 공유하고 작품의 가치 평가를 분점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한국문단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논쟁을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숙명여대 교수인 권 평론가는 ‘비평의 윤리와 문학장의 혁신을 위한 단상: 남진우의 표절의 제국을 읽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작가회의의 무기력한 대응을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지난해 7월 표절 논란이 일자 표절과 문학권력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기성찰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월 총회에서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권 평론가는 위원회의 당시 결론에 대해 “지나치게 상식적이며 공허하다.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진단과 해석을 담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결정은 문학장을 지배하는 모호하고 편의적인 양비론적 태도의 정확한 반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구체적이며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서영인 실천문학 주간은 9일 “사과와 인적 쇄신이 있었지만 새로운 문단제도의 개편 등 본질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봄호는 다시 논의해보자고 공을 상대편에 던지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실천문학 “문단제도 개편 재논의해야”
입력 2016-03-09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