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내 알제?” 다짜고짜 잔혹하게 때리고 추행… ‘대구 여대생 폭행’ 20代 징역 15년 확정

입력 2016-03-09 21:20
“니, 내 알제?” 김모(29)씨는 대구 동성로의 한 매장 앞을 걷던 A씨(21·여)를 다짜고짜 때리기 시작했다. 쓰러진 A씨를 골목으로 끌고 가선 벽돌로 머리를 내리치고, 발로 머리를 20여 차례 걷어차기도 했다. 실신한 A씨의 옷을 벗겨 유사강간까지 저지른 뒤 골목을 떠났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A씨는 수차례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 큰길로 나갔고, 근처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한 2014년 12월 14일 새벽 5시50분쯤 대구의 체감온도는 영하 8도였다.

폭행 이유는 단순했다. 클럽에서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는데 A씨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착각이었다. A씨는 김씨의 제안을 거절했던 여성이 아니었다.

김씨는 범행 이후에도 태연하게 행동했다. ‘생선 핏자국’을 지워 달라며 A씨의 피가 묻은 신발을 세탁소에 맡겼다. 폭행 당시 생긴 손가락 상처는 자전거를 타다가 다친 것이라고 여자친구에게 둘러댔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건 용의자 사진이 자신과 닮았다는 지인의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아니다”며 장난을 쳤다.

검찰은 김씨에게 살인미수와 유사강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과다출혈 또는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고, 김씨는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도 용인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해자는 범행 당시 충격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데도 김씨는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씨에 대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