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이전투구식 공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급기야 윤상현 의원의 막말 사태가 벌어졌다. 집권 여당 내에서도 국정 주도세력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중진 의원의 언사라는 점에서 지극히 실망스럽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도 각별하다. 지난 대선 때는 후보 수행단장을 했으며 당에서 원내수석부총무, 사무총장을 지냈다. 특히 의원 겸직 논란에도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아 박 대통령으로부터 한껏 신임을 얻고 있는 정치인이다.
윤 의원은 지난 2월 27일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김무성 대표를 지칭해가며 “죽여버려. 그런 XX는 솎아내야 한다. 내일 공략해야 돼”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취중 실언이라고 해명하지만, 당사자의 자질과 친박 의원들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욕설에 가까운 발언이다. 평소 비박과 친박의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박계에서는 거취를 결정하라는 압박까지 할 정도다. 막말을 했던 시점은 공천과 관련해 ‘40명 살생부’ 파문이 일어났던 때다. 통화 내용으로 봐서 김 대표에 대한 공세를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은 공식적으로 막말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고 윤 의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통화 상대자가 누구인지, 통화 이후 김 대표와 살생부 파문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세세히 밝혀야 한다.
야당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막말 의원이나 품행이 튀는 의원, 자질이 수준 이하인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따라서 당이 이번 사태를 유야무야한다면 상당한 역풍이 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은 공천 국면에서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야권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분위기인데 여당은 아무나 공천해도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오만하게 비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헌·당규를 능가할 정도의 힘을 행사하는 이한구식 공천은 20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대통령에게 줄을 서게끔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제대로 된 인물을 국회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정파적 기준에 따라서 하는 ‘제대로 된 인물’이라면 애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 유권자들도 후보 면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금 집권 여당은 야권이 갈렸다고 너무 오만하게 가고 있다. 살생부니, 여론조사 결과 유출이니, 막말이니 하는 치졸한 파문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날만 새면 친박과 비박의 공방이 이어지고, 공관위원장의 거침없는 언사가 터져 나오고, 눈길 갈 만한 참신한 인재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역대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했을 때 이유는 예외 없이 오만이었다. 유권자들은 항상 묵묵히 보고 있다가 투표로 대답해줬다.
[사설] 오만한 친박, 이젠 윤상현의 막말까지 불거져
입력 2016-03-09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