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 당분간 속도 못낼 듯

입력 2016-03-09 21:03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차질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내년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당분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회의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위는 9일 “지난해 신용위험평가 결과 전년보다 44% 늘어난 229개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고 현재 워크아웃·회생절차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해 예년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은 신용등급 C·D등급을 받은 기업 중 영업활동 현금흐름, 이자보상배율 등을 감안해 600여곳을 신용위험평가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는 완전자본잠식 기업과 조선·해운·건설 등 취약업종 기업도 평가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신용위험평가는 대기업은 다음 달부터, 중소기업은 7월 이후에나 시작된다. 최종적인 구조조정 대상 선정은 7월과 11월에 이뤄진다. 금융위는 “지난해 결산 실적이 확정되는 3월 이후에야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자본잠식 기업들도 길게는 8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후속 작업도 금융위 설명과 달리 지지부진하다. 채권은행들은 이들 기업의 채권을 처분하지 못해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이 지난해 말 2.42%로 1년 전보다 0.33% 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신용위험평가부터 대상 선정까지 채권은행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자율에만 맡겨서는 속도가 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 일정까지 고려해 시간을 끌면 부실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