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일은 명실공히 유럽 공동체의 리더로 세계 정치와 경제, 문화 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하더라도 독일의 현재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일으켰고,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이라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그런 독일이 불과 반세기 만에 폐허에서 일어난 데는 어떤 힘이 숨어 있던 것일까. 이 책은 대영박물관과 BBC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안내자는 30년 가까이 영국 국립미술관과 대영박물관 관장을 지낸 닐 맥그리거다. 그는 베를린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보며 그 실마리를 발견한다.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뿐이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추모비 외에도 뮌헨 개선문은 나폴레옹의 유럽 정복 당시 프랑스 편에 서서 같은 독일 민족을 공격했던 바이에른 군대의 배신을 담은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조차 분명히 밝히고 이를 단호히 질책하며 미래로 이끄는 자세야말로 독일이 다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물론 중책을 맡게 된 배경이다. 저자는 구텐베르크 성경, 연방의회 의사당 등 독일인 대부분이 공유하는 업적과 상처를 건물과 물건, 인물과 장소를 통해 세심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장지영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수치스런 역사도 기념비 세우는 독일의 힘
입력 2016-03-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