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급증으로… 2월 가계대출 3조↑

입력 2016-03-09 21:03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됐음에도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주택매매는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대출심사에서 예외로 돼 있는 집단대출이 크게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효과가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3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9일 밝혔다. 전월 증가액(약 2조1000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2010∼2014년 2월 평균 증가폭(9000억원)의 3배를 훌쩍 웃돌았다. 다만 전년 동월 증가액(3조7000억원)보다는 줄었다. 당국은 지난달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소득 연계 상환능력 위주의 심사, 원리금 균등 상환을 골자로 한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2월부터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8200가구에서 올해 1월 5500가구, 2월 5000가구로 떨어졌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올 1월과 같은 2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월(8500가구) 대비로는 41% 이상 급감했다.

주택매매가 줄었음에도 대출이 늘어난 주 요인은 집단대출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2월 집단대출 증가액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00억원)의 3배 가까이 달했다. 집단대출은 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 집단대출 증가세가 가계대출 억제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지난달에는 어느 정도 현실화한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중순 집단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난해보다 둔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예년 이상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허가된 신규 주택 물량이 70만 가구에 이르기 때문에 집단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예상됐던 것”이라며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에서도 집단대출은 예외여서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담대 외에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이 설 연휴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결제자금 수요로 월중 3000억원 늘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