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10살 딤프, 기특하군… 대구를 ‘뮤지컬의 도시’로 키우다

입력 2016-03-17 20:14
지난해 12월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대구 공연에서 칼라프 역을 맡은 정동하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 딤프 제공
배우 홍지민(왼쪽), 정성화가 2013년 열린 ‘제7회 딤프 어워즈’ 레드카펫 행사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딤프 제공


2010년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투란도트’가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서울에서 공연을 했는데요. 제작 6년 만에 서울 관객을 만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의 배경을 물의 왕국 ‘오카케오마레’라는 새로운 가상세계로 옮겨 재해석한 이 작품은 대구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이 공동 제작한 작품입니다. 과거 서울에서 제작된 라이선스 뮤지컬(외국 작품 판권을 사서 국내에서 제작)이 지방으로 내려오던 일방적인 구도가 깨지고 있습니다. 올해 딤프 10주년을 맞은 대구가 창작 뮤지컬 ‘불모지’에서 ‘기회의 땅’으로 바뀐 것입니다.

‘뮤지컬’ 대구에 녹아들다

대구시가 뮤지컬을 지역 대표 문화산업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딤프는 뮤지컬 공연, 부대행사, 시상식, 각종 뮤지컬 관련 프로그램 등이 모두 어우러진 세계 최초 뮤지컬 단독 장르 국제뮤지컬축제입니다. 사단법인으로 별도 조직을 만든 후 2006년 ‘프레(pre) 딤프’(1회 딤프는 2007년)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매년 초여름(6월) 대구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딤프는 국내 최초로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 창작뮤지컬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공모를 통해 전국에서 모인 작품을 심사해 지금까지 10년 동안 43편의 창작뮤지컬을 지원했습니다. 대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에서 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창작뮤지컬들은 해외진출 등 다양한 성과를 냈습니다. 2009년과 2010년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과 ‘스페셜레터’가 DIMF와 NYMF(뉴욕뮤지컬페스티벌)의 문화 교류를 통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해외진출 길을 연 것입니다.

대구산 창작뮤지컬인 ‘사랑꽃’ 역시 ‘2015 중국 동관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초청된 것은 물론 일본과 서울에서도 공연되는 등 인기를 누렸죠. 이밖에도 ‘번지점프를 하다’ ‘풀 하우스’ ‘모비딕’ ‘식구를 찾아서’ ‘뮤지컬 꽃신’ ‘비방문 탈취작전’ ‘오!미스리’ ‘데자뷰’ 등 수많은 창작뮤지컬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딤프가 직접 제작한 투란도트는 2012년 중국 진출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 의미를 더했습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투란도트는 딤프가 기획에서 제작까지 전 과정을 맡았는데요. 이 작품은 지난해 딤프 기간 특별공연에서 97%의 객석점유율을 보이는 등 관객에게 인정받았습니다.

박정숙(40·여) 딤프 실장은 “창작뮤지컬을 지원한 것은 딤프가 전국에서 처음이었고 이를 통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던 공연계가 지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딤프, 뮤지컬 인재 ‘등용문’

정성화 박은태 김무열 윤형렬 한지상 김보경 오소연 이하늬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스타들의 공통점은 바로 딤프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다는 것인데요. 개그맨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정성화는 뮤지컬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가 2006년 딤프에서 신인상을 받은 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뮤지컬계에서 “딤프에서 신인상을 받으면 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딤프는 ‘뮤지컬 스타’ 탄생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딤프는 시상을 통해 기존 배우들 중 보석을 찾아내는 것 말고도 자체적으로 뮤지컬 스타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딤프가 시작될 때부터 대학생 뮤지컬페스티벌 사업을 추진해 차세대 뮤지컬 스타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있지요. 신진 뮤지컬 창작자 발굴과 육성을 위한 ‘창의인재동반사업’, 뮤지컬 저변확대 등을 위한 ‘뮤지컬 아카데미 사업’ 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무료 뮤지컬전문아카데미인 ‘딤프 뮤지컬 아카데미’도 운영합니다.

이번 투란도트 서울 공연에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시녀 ‘류’ 역할을 맡은 이정화는 대구 계명대 성악과를 졸업한 지역 인재로 딤프 교육 프로그램인 ‘뮤지컬 워크숍’ 출신입니다.



‘글로벌 관객’ 사로잡아라

딤프는 지역 창작뮤지컬 활성화 등 많은 성과를 냈지만 축제에 참여하는 뮤지컬 팬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해 열린 9회 딤프는 11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고 이들이 관람료·교통비·숙식비 등으로 대구에서 사용한 돈은 15억여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는 27억9000여만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0억7000여만원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열린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역대 최다인 22만7000여명의 관객이 모였습니다. 생산 유발효과가 700억원이 넘는 등 2000억여원의 가치가 있다고 조사됐습니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는 딤프보다 예산이 훨씬 많아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딤프가 20회 행사를 치를 때 부산국제영화제만큼 흥행하려면 지금부터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 딤프는 오로지 뮤지컬만으로 일반 관객 대상의 축제를 여는 것은 딤프가 유일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외국 공연자들에게 딤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외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축제를 찾아올 수 있도록 축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배성혁(52) 딤프 집행위원장은 “세계 최고 예술·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축제도 20∼30년이 지난 후에야 알려지기 시작할 정도로 공연 축제는 긴 역사가 중요하다”며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많이 쌓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간 더 노력한다면 에든버러 축제, 부산국제영화제 못지않은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