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신춘문예 신앙시-심사평] “예심 통과한 39편 모두 감동 주는 수준작… 대상 없어 아쉬워”

입력 2016-03-11 18:00

예심에서 올라온 39편의 작품은 신앙시로서 모두 손색이 없었고 수준도 상당했습니다. 심사위원 3명이 대상과 최우수작, 그리고 우수작을 뽑기로 하였으나 심사위원 전원이 대상 없는 최우수작으로 ‘신발’(정경해)을 뽑았습니다. 우수작으로 ‘항아리’(노원숙)와 ‘겨울나무의 꿈’(이옥자)을 골랐습니다.

최우수작 ‘신발’은 이른 아침 새벽 기도에 다녀오신 어머니의 신발을 제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생각해 본 시인이 ‘돌아오지 않는/아들 위한 기도/온 몸이 까맣게 탄 채’란 표현을 쓰며 어머니의 신발에 얽힌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시는 읽는 이의 가슴을 감동으로 채워야 합니다. 이 시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잔잔한 감동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삼백 예순 날 캄캄한 새벽/눈물자루 무거워/뒷굽 관절이 다 닳았다’와 ‘퉁퉁 짓무른 눈/현관문 열어 놓고/소금빛 하얗게 불 밝혔다’에서 보듯 신앙으로 삶에 다가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우수작 ‘항아리’는 소금의 역할을 신앙의 성숙 과정에 비유했습니다. 항아리 속에 담겨 있는 된장과 간장은 소금과 섞여 오랜 기간 발효 과정을 거쳐야 맛이 듭니다. 신앙인으로서 소금의 역할을 꿈꾸는 시인의 간절한 생각이 ‘깊고 캄캄하고 끝없는 기다림의/내간체/한/권/맛을 보자 묵은 말씀들이 혀끝에서 환해지고’ 란 구절에 담겨 있습니다. 적절한 표현과 문장의 아름다움에 읽는 이의 가슴을 열게 했습니다.

우수작 ‘겨울나무의 꿈’은 겨울나무에 신앙인을 빗댄 작품입니다. 전편에 담겨 있는 이야기와 표현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나무들은 하늘아래 내세울 게/없다’란 구절에서 ‘겨울바람의 칼날과 맞서/온몸으로 흐느끼고 있다’란 구절까지 신앙인은 단단한 의지와 강단이 있습니다. 건강한 신앙인의 자세, 바로 그 모습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희생과 봉사, 자신까지 모두 남을 배려하는데 쓰겠다는 마음가짐은 올바른 마음입니다. 이야기를 시 속에 담는 기술이 상당합니다.

성기조 (심사위원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