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은철] 후쿠시마 사고 5년, 무엇이 달라졌나

입력 2016-03-09 17:59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에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고, 원전 격납건물의 폭발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각국에 원전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사고 원전 해체, 인근 지역 제염 등 사고 후유증 완치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핵연료가 용융되고 300도를 넘었던 사고 원전 격납용기의 온도가 2012년 12월 100도 미만의 냉온정지를 선언한 이후 현재 15∼35도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63㎞ 떨어진 지역의 경우, 사고 초기 연간 일반인 방사선허용기준(1m㏜)의 210배 수준까지 상승했던 방사선량은 현재 1.6m㏜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원전 사고로 인한 이재민이 13만명에 달하며 여전히 아동에 대한 피폭 우려로 사고 지역으로의 귀환이 쉽지 않아 후유증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원자력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연구소 근무를 시작한 해가 1970년이니 46년 동안 원자력과 보낸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 원자력의 역사와도 함께하는 기간이었다. 그 사이 세계 3대 원전사고(1979년 미국 TMI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다. 3가지 경우는 노형과 사고 원인이 각각 달라서 환경에 미친 영향도 크게 차이 나지만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많은 교훈을 주었고, 이를 반영해 각국은 원전의 안전성을 증진해 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전 2건의 사고가 원전 운영과정에서의 인적오류로 인한 기기 오작동이 원인이 되었던 점과는 다르게 원전 설계 때 고려했던 지진의 규모보다 훨씬 강한 자연재해인 지진해일로 인한 것이다. 이전 사고의 교훈이 인적오류 예방에 초점을 두면서 혹시 모를 중대사고 발생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설비 강화로 이어졌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에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 이를 강화하고 중대사고 예방 및 완화를 위한 규제체제 정비 등을 공식화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간 사고의 교훈을 반영해 왔다. 중대사고정책성명이라는 행정조치를 통해 중대사고 대처설비,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중대사고관리계획 등에 대해 안전성을 강화한 바 있다. 특히 인접국 일본에서의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규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11년 10월 26일 출범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다. 국내 원자력 역사 50여년 만에 진흥정책에서 독립해 원자력 안전성만을 평가하는 기반이 갖춰졌고, 사고 직후 신속하게 안전점검을 실시해 대형 자연재해에 대비한 50개 안전 개선 대책을 도출, 이행토록 했다.

2013년에는 30년 이상 장기 가동된 원전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에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해 중대 사고에서도 원전이 대응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해 안전성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2016년부터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모든 원전에 확대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준비 중에 있다. 오는 6월 23일부터는 그동안 행정조치로 시행해 오던 중대사고 정책을 법령으로 체계화해 중대사고 관리에 대한 규제가 더욱 견고해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벼락·지진 등 자연현상부터 자동차·비행기 등 인간의 창의적 산물에 따른 사고까지 너무도 많은 위험요소가 잠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요소들이 관리 대상으로 포함돼 컨트롤된다면 실제 발생하는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원자력에 대해서도 중대 사고로 진전될 위험요소들을 관리 대상에 확실하게 넣어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