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0만원대 수업료를 받는 서울의 유명 외국인학교 운영진이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해 대출금 상환 등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학교는 애초 외국인학교를 세울 수 없는 외국계 영리법인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동원해 편법으로 설립·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구 ‘덜위치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입학처장 이모(48·여)씨와 남편 금모(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영국령 케이맨군도에 있는 해외 영리법인 D사의 최고재무책임자 Y씨(45·싱가포르 국적)도 함께 기소했다. 입국해 조사 받기를 거부한 D사 최고경영자 G씨(55·스위스 국적)는 기소중지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D사 측은 덜위치칼리지 학교 건물 공사대금 100억원을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로 빌렸다. 설립자가 상환할 돈이었지만 이씨 등은 설립 직후인 2010년 10월부터 5년간 교비 72억4000만원가량을 빼내 대출금을 갚는 데 썼다. 해외법인이 부담한 공사비 상환 명목으로 교비 2억5000여만원을 홍콩 법인에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서초구가 2010년 지하 공영주차장 건설비로 지원한 51억원 가운데 1억6000여만원이 호텔비 항공료 등에 전용된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설립자 측이 지자체가 제공한 부지, 지원금 등 각종 혜택은 누리면서 약속한 투자는 정상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사는 홍콩에 실체가 없는 비영리법인을 세운 뒤 한국사무소를 통해 우회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영리법인의 외국인학교 설립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영국 본교에 지급할 로열티(약 8억원) 외에 프랜차이즈 비용 명목으로 매년 학비의 6%를 제공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검찰은 프랜차이즈 비용 채무 36억여원에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덜위치칼리지 측은 “대형 로펌 등의 자문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학교를 설립·운영했는데도 수사가 이뤄져 유감”이라면서 “(법정에서) 혐의 없음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9월 설립된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65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으며, 이 중 25% 정도가 내국인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수업료 3000만원 외국인학교가 교비 75억 횡령
입력 2016-03-08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