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안보라인 수십명 스마트폰 정보 털었다… 국정원, 사이버 테러 공개
입력 2016-03-08 22:07
북한이 우리 국민 2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인터넷뱅킹 및 인터넷 카드결제용 보안 소프트웨어(SW) 제작 업체의 전산망을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통화 음성 및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전화번호부도 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국정원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북한의 테러 대상자로 꼽은 점에 비춰 이들의 스마트폰에 대해 공격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대규모 사이버테러 시도가 공개되면서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8일 최종일 3차장 주관으로 국무조정실·미래창조과학부·금융위원회·국방부 등 14개 부처와 공동으로 긴급 국가사이버안전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지난 1∼3월 북한이 인터넷뱅킹 및 카드결제용 보안 SW 제작 업체 내부 전산망에 침투해 이를 장악한 것을 미래부·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조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 금융기관 인터넷뱅킹에 사용하는 보안솔루션을 제공하는 또 다른 업체의 전자인증서도 북한이 해킹으로 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북한이 인터넷뱅킹을 마비시킨 후 무단 계좌이체 등을 통해 대규모 금융 혼란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기업 외 민간인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 수백명의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해 20% 수준인 수십명의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이들의 음성통화 녹취파일과 문자메시지, 통화내역, 전화번호 등을 탈취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이 악성코드를 통해 당사자의 음성통화를 녹음해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기간 2개 지방 철도 운영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계정을 탈취하려는 시도도 적발됐다. 국정원은 철도교통 관제 시스템을 대상으로 사이버테러를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전력·교통·통신·금융·국방 등 분야별 사이버테러 대응 상황을 긴급 점검키로 했다. 또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보 공유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9일 본회의에 사이버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국정원 권한 남용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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