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배움터… 자립의 꿈이 익는다

입력 2016-03-08 21:46
장애인들이 8일 서울 노원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선생님들과 미술수업을 하고 있다. 노원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제공
센터 입구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부모와 교사,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노원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제공
지난해 4월 휠체어를 탄 발달장애인들과 부모 등 수십명이 서울시청 신청사 로비에 몰려왔다. 발달장애인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평생교육센터를 지어달라는 게 그들의 요구였다. 서울시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나가라고 하자 부모들은 “이 아이들이 당신의 자녀라고 생각해보라”며 장애인 자녀들을 시청에 놔둔 채 사라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장애인 자녀를 돌보지 않고 방치한 죄를 처벌해 달라며 스스로 경찰서에 출두하기도 했다. 로비는 홀로 남은 발달장애인들의 울부짖는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시는 올해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개관 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그 첫 번째 결실이 10일 개관하는 노원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다.

지난 2일 개학한 노원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한 교실에서는 10여명의 발달장애인들이 밝은 모습으로 선생님들과 미술 수업을 하고 있었다. 총 608.16㎡ 규모의 센터는 교육실, 심리안정실, 체육활동실, 부모휴게실, 식당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이 곳에서는 학령기 이후의 성인 중증발달장애인 30명이 특수교사, 미술치료사, 직업재활사 등의 도움으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5개의 정규반이 편성돼 있는데 5월부터는 오전과 오후에 단기로 이용하는 단과반(30명)도 운영된다. 센터에서는 기초문예, 사회활동증진, 건강관리지원, 직업준비 등의 교육프로그램과 캘리그라피, 미술표현, 무용, 음악, 신체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학부모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인교육센터와 다르다. 급식은 비리를 없애기 위해 전문 요리업체에 위탁했다. 업체에서 파견한 조리사가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가 줄어 한달 식대는 7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지고, 식사의 질은 단가 3500원에서 5500원으로 높아졌다. 올 1월에는 예산 부족으로 교사들이 첫달 급여를 반납해 장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용구(47) 노원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부모와 교사,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면 발달장애인들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며 “장애인 부모가 당당하게 ‘갑’이 되도록 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등록된 발달 장애인수는 2314명인데 이 가운데 1659명(71.6%)이 20세 이상 성인이다. 최인혜(61) 함께가는노원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이 센터는 진짜 엄마들의 간절한 소망이었고 엄마들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어서 감명깊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8월 공모를 통해 평생교육센터 3곳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4월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우리복지재단에서 건물을 기증한 은평발달장애인평행교육센터가 개관한다. 2014년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강남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는 올해 7명을 추가로 선발해 28명의 재활치료와 사회적응을 돕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