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면 칼로 내 손목을 자르겠다’는 식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5개월간 매일 1000여건씩 보낸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고도 풀려났다. 그는 “사랑을 전하려 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안 그러겠다”는 다짐만 받은 뒤 불구속 입건하고 돌려보냈다. 보복이나 재범의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결별을 선언한 여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 스토킹을 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3개월가량 사귄 A씨(27·여)가 헤어지자고 하자 얼굴과 목을 때리고 밀치며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10월 초부터 올 2월까지 ‘나올 때까지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 등의 문자메시지 수만건을 보냈다. A씨가 다니던 학원이나 이용하는 지하철역 앞에서 사진을 찍어 전송하며 자신이 부근에 있음을 알리고, 자기 손에 자해한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매일같이 1000여건의 협박성 괴롭힘 문자를 받았다”며 “1분에 15차례나 문자가 온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잘못된 행동임을 알았지만 사랑을 전달하기 위한 거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 후 풀려났다. A씨의 일상적인 동선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스토커인데도 2차 피해 예방조치는 구두로 재발 방지 다짐을 받는 데 그쳤다. 취업준비생인 A씨는 경제적 형편 때문에 휴대전화번호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가 초범인 데다 모든 문자메시지가 협박성은 아니어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귀가시켰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자 심리상담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결별 여친에 5개월간 매일 1000여건 협박문자… 강력한 재발방지책 아쉬워
입력 2016-03-08 21:27 수정 2016-03-09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