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 등 이유도 많다. 하지만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면서도 헌신적으로 남을 돕는 이들이 있다.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한기수연·소장 이영빈 목사) 청각장애 회원 10여명이 바로 그들이다.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서울 구로구 부일로에 있는 한기수연 사무실에서 ‘동영상 수어(手語·수화언어)성경’을 제작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기수연 이영빈 소장은 “문자로 된 성경은 35만 농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문해력이 비장애인과 같을 수 없는 농인들에게 제대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수어성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5년 기독교 수화통일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 수어성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기독교농아총연합회(한기농총·회장 김재호 목사)는 산하에 기독교통일수화위원회를 조직해 국내 최초로 주기도문, 사도신경, 십계명 등에서 기독교수화용어를 통일하는 작업을 했다. 이어 2011년 11월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수어개발협회(APDSA)가 12개국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됐다. 성남농인교회 이영빈(61·청각장애 1급) 목사가 한국 대표로 선임됐고, 2013년 10월 한기수연이 개소됐다. 그리고 2014년 6월 성경번역선교회(GBT선교회)가 동영상 겸용 카메라를 기증하면서 수어성경 제작에 본격 나섰다.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설움을 떨치고 자신들에게 알기 쉬운 수어로 복음을 전하자며 회원들이 의기투합했다. 회원 각자 집에서 연구소 홈페이지(deaf kbible.com) 등에 올린 동영상을 검토하고 수정해 촬영·편집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목사는 “농인의 언어인 수화언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수어성경을 개발해 농인들이 성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믿음 때문이었을까. 연구소는 1년여 동안 50여개의 동영상 수어성경을 제작했다. 몇 개의 성경구절이 담긴 동영상이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 반응은 폭발적이다. 2035년까지 성경 66권을 모두 수어로 제작하는 게 목표다. 미국과 일본 등 수어 선진국에서 동영상 수어성경 제작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인천주안농아인교회 김용환(46·청각장애 1급) 목사는 “봉사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만든 동영상 수어성경을 보고 한 영혼이라도 구원 받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35만 청각장애인 위해… ‘동영상 手語성경’ 만든다
입력 2016-03-08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