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핵에 걸린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했다. 심각한 수준인 국내 결핵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서울대는 학부·대학원 신입생 전원에 대해 결핵 검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외국인 결핵관리 강화대책을 지난 2일부터 법무부와 함께 시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 결핵환자에게 원칙적으로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 결핵 고위험국 외국인은 91일 이상 장기체류 비자를 신청할 때 결핵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건강진단서를 내야 한다. ‘결핵 고위험국’은 결핵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0명 이상이고 우리나라에서 취업·유학 등 집단활동을 하는 국민이 많은 18개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결핵에 감염된 외국인 가운데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도 포기한 사람은 중점 관리대상으로 분류한다. 이들에겐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지 않고 나라 밖으로 내보내는 한편 재입국을 제한한다. 출국 조치할 때는 전염력이 사라질 때까지 치료한 뒤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보건 당국이 외국인에게 고강도 조치를 취하는 건 좀처럼 결핵 감염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2013년 결핵관리종합계획을 세우고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새로운 결핵환자 발생이 2011년 78.9명에서 2014년 68.7명으로 다소 줄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가 2305명이나 되는 등 심각성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OECD 1위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면 인구 10만명당 20명 수준으로 발생률이 관리돼야 하는데 훨씬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외국인 결핵환자는 2009년 637명에서 2014년 1858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내국인 위주의 결핵 대책만으로는 결핵 발생률을 떨어뜨릴 수 없게 됐다. 의료계는 결핵환자와 하루 8시간 이상 같은 공간에 있으면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한다.
지난해 다수 환자가 발생한 서울대는 올 신입생부터 결핵 검진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감염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집단감염을 막겠다는 목표”라며 “1학기 안에 건강검진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는 지난해 수의과대와 공대 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결핵환자가 나왔다.권기석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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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과 전쟁… 외국 환자 입국 막는다
입력 2016-03-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