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들고 해외 도주 은행원 6년 뒤 빈털터리 귀국 ‘실형’

입력 2016-03-08 21:27
‘저 돈이 있다면…. 외국에서 새 삶을 살 수 있을까?’

2009년 9월 4일 시중은행의 서울 강남지점에서 외국환(外國換) 업무를 맡던 A씨(38) 머릿속에 ‘위험한 생각’이 떠올랐다. 영업시간이 끝나 은행 안은 고요했다. 금요일이라 동료들은 퇴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A씨는 금고 안에 보관된 외화 지폐뭉치를 쇼핑백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미화 13만 달러(약 1억6000만원)와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손에 닿는 대로 챙겼다. 모두 3억700만원 상당의 외화를 들고 은행을 나선 그는 다시는 출근하지 않았다.

훔친 돈을 들고 A씨가 향한 곳은 영국이었다. 아내와 자식은 한국에 남겨둔 채였다. 친구 계좌에 돈을 넣어놓고 체크카드를 이용해 현지에서 꺼내 썼다.

그러나 외국 생활은 기대와 달랐다. 그즈음 영국에서 알게 된 한국인이 A씨에게 “식당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권유했다. 투자금을 건넸지만 약속했던 수익은 돌아오지 않았다.

A씨는 결국 6년 만에 빈털터리 신세로 귀국했다. 이후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다 지난해 말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도주 2330일 만에 법정에 선 그는 “은행 업무와 집안 사정 등이 겹쳐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박사랑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