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줄’ 무기상·핵개발 ‘젊은피’ 줄줄이 블랙리스트… 대북 독자 제재 내용·효과
입력 2016-03-08 21:54
우리 정부가 8일 발표한 대북 독자제재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실무진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해운제재 등 기존 조치를 강화해 북한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블랙리스트’에 오른 제재 대상은 개인 40명과 단체 30명이다. 기존에는 7개(개인 3명, 단체 4곳)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치로 10배 이상 많은 77개로 늘었다. 특히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의 제재 대상이 아니었던 인물과 기관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새 인물들은 모두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실무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다. 핵개발의 ‘젊은 피’로 알려진 홍영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은 물론, 이병철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춘섭 전 군수공업부장, 윤창혁 우주개발국(NADA) 위성관제종합지휘소 부소장, 장창하 제2자연과학원장 등이 포함됐다.
북한 정권의 ‘돈줄’인 무기 판매 관련자들도 함께 리스트에 올랐다. 군수경제를 주관하는 제2경제위원회, 탄도미사일 등을 수출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는 그 수장인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과 강명철 KOMID 총사장이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를 받게 됐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삭제된 장성철 KOMID 러시아 대표는 우리 정부의 제재까지 피하진 못했다.
제3국 국적자로는 싱가포르 국적 레너드 라이 용 치안(Leonard Lai Yong Chian)과 대만 국적 류젠이(Lyou Jen-Yi) 등 2명이 이름을 올렸다.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물품을 북한에 수출한 혐의를 받은 인사들이다. 제3국 국적 단체는 북한이 해외에 설립한 합영회사와 위장회사, 북한과 거래한 외국 업체 등 6곳이다.
5·24 대북제재 조치에 포함됐던 대북 해운제재도 대폭 강화됐다.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국적 선박은 180일 이내에 국내 항구 입항이 금지된다.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들렀다 우리 항구에 입항한 제3국 선박은 지난해 66척이었으며 입항 횟수는 104회였다. 제재가 시행될 경우 외국 선사들이 남한에 취항하고자 북한과의 운송계약을 기피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실질적으론 북한 소유나 국적은 제3국으로 돼 있는 ‘편의치적(便宜置籍)’ 선박의 입항도 함께 금지된다.
역시 5·24조치에 따라 금지됐던 북한산 물품의 국내 반입도 더욱 엄격히 통제된다. 201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북한산 물품 위장반입이 71건 적발됨에 따라 원산지 확인 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북한 정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북한 해외식당 등 영리시설에 대해선 우리 국민에게 이용을 자제토록 당부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이어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 조치로 남·북·러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정부는 7일 사업 진행에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렵다는 의사를 외교경로를 통해 러시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과 관련,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catch-all)’ 품목 리스트를 독자적으로 작성해 국제사회와 공유하기로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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