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결을 앞두고 대국 당사자인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각자 승리를 자신했다. 관전을 위해 방한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간담회에 깜짝 등장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바둑 경기를 하루 앞두고 대국 장소인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8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슈미트 회장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을 더 똑똑하게 하고 유능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회장은 당초 9일부터 진행되는 대국 관전만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간담회에 깜짝 참석해 이번 대국에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는 피로해하지 않고 겁먹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달리 집중력이 강해 실수하게 되는 상황이 적기 때문에 상대의 실수를 오히려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樊麾)와 겨뤄 5전 전승을 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가학습’을 통해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알파고의 ‘한계’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자가학습을 통해 훈련을 계속 하다보면 더 이상 성과가 나지 않아 한계에 직면하는 일종의 ‘병목현상’을 겪게 된다. 하지만 하사비스는 “현재로선 알파고의 한계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딥마인드 측은 이번 대국에서 이기더라도 인간 수준의 AI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하사비스는 “지금은 게임을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십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글이 최종 목표로 제시하는 AI의 역할은 의료진단,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인류에 직접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인간 수준의 AI가 개발되면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고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인간이 AI를 어떻게, 어느 분야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인류에 기여하고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되도록 윤리적인 부분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9단 역시 “게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만약 지더라도 알파고의 바둑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은 실제로는 ‘대리 바둑’의 방식이다. 구글 프로그래머이자 아마추어 바둑 6단인 아자 황이 알파고의 ‘손’과 ‘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알파고가 수를 내놓으면 황은 모니터로 이를 확인한 뒤 바둑돌을 놓는다. 또 이 9단이 수를 두면 황이 다시 컴퓨터에 입력해 알파고에 알린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구글 클라우드 시스템 서버에서 알파고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 서울에 설치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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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8 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