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만수(萬手)’로 불린다. 수많은 지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나보다.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그랬다.
유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1차전에서 경기 내내 자신의 페이스대로 플레이를 펼쳤다. 특유의 조직적인 수비로 오리온의 공격을 차단했다. 정규리그 평균 득점이 무려 81.2점이나 되는 오리온의 점수를 60점대로 낮추면서 시종일관 2∼3점차로 앞섰다.
그런데 경기 막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66-65로 앞선 경기 종료 34초를 남기고 문태종에게 3점슛을 허용하며 66-68로 역전을 당했다. 곧바로 아이라 클라크가 골밑슛으로 동점을 만든 시간이 경기 종료 10.9초. 유 감독은 파울 작전을 지시했다. 파울로 자유투를 내준 뒤 작전 타임을 내 패턴 플레이로 경기를 역전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작전 그대로 천대현은 자유투가 약한 조 잭슨에게 파울을 범했다. 그런데 잭슨이 1구를 성공시킨 뒤 2구를 놓치자 그대로 골밑으로 돌진해 리바운드를 따냈다. 작전 타임을 요청할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났다. 모비스는 1차전을 69대 68로 패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잭슨이 공을 잡으면 파울을 계속 해서 자유투를 던지게 하는 작전을 냈다”면서 “그런데 반칙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마지막 리바운드를 빼앗겼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작전을 낸 이유에 대해선 “연장전으로 가면 승부가 어렵다고 봤다. 양동근이 반칙 4개였고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오리온 추일승 감독도 승리에 그다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추 감독은 “운이 좋아서 이겼다. 경기 내용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며 “모비스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될 수 있으면 한 번만 지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모비스와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10일 오후 7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만수, 파울 작전 안 통했다
입력 2016-03-08 21:35 수정 2016-03-09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