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파울 작전 안 통했다

입력 2016-03-08 21:35 수정 2016-03-09 01:08
고양 오리온 외국인 단신 가드 조 잭슨(3번)이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레이업 슛을 시도하고 있다. 오리온은 잭슨의 활약에 힘입어 69대 68,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뉴시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만수(萬手)’로 불린다. 수많은 지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나보다.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그랬다.

유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1차전에서 경기 내내 자신의 페이스대로 플레이를 펼쳤다. 특유의 조직적인 수비로 오리온의 공격을 차단했다. 정규리그 평균 득점이 무려 81.2점이나 되는 오리온의 점수를 60점대로 낮추면서 시종일관 2∼3점차로 앞섰다.

그런데 경기 막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66-65로 앞선 경기 종료 34초를 남기고 문태종에게 3점슛을 허용하며 66-68로 역전을 당했다. 곧바로 아이라 클라크가 골밑슛으로 동점을 만든 시간이 경기 종료 10.9초. 유 감독은 파울 작전을 지시했다. 파울로 자유투를 내준 뒤 작전 타임을 내 패턴 플레이로 경기를 역전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작전 그대로 천대현은 자유투가 약한 조 잭슨에게 파울을 범했다. 그런데 잭슨이 1구를 성공시킨 뒤 2구를 놓치자 그대로 골밑으로 돌진해 리바운드를 따냈다. 작전 타임을 요청할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났다. 모비스는 1차전을 69대 68로 패했다.

경기 후 유 감독은 “잭슨이 공을 잡으면 파울을 계속 해서 자유투를 던지게 하는 작전을 냈다”면서 “그런데 반칙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마지막 리바운드를 빼앗겼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작전을 낸 이유에 대해선 “연장전으로 가면 승부가 어렵다고 봤다. 양동근이 반칙 4개였고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오리온 추일승 감독도 승리에 그다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추 감독은 “운이 좋아서 이겼다. 경기 내용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며 “모비스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될 수 있으면 한 번만 지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모비스와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10일 오후 7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