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서모씨는 ‘시중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TV홈쇼핑을 믿고 밥솥을 구입했지만 제품 수령 후 인터넷에서 더 싼 제품을 발견했다. 항의했지만 “인터넷 가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신모씨도 ‘한 달 전기요금이 4300원’이라는 TV홈쇼핑의 설명을 듣고 전기히터를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제품 사용 후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24만원 넘게 나오자 해당 업체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했고 제조업체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TV홈쇼핑의 과장·오인 광고로 인한 피해 상담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년 425건이던 TV홈쇼핑의 표시·광고 소비자상담이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1301건으로 급증했다고 8일 밝혔다.
실제 소비자원이 지난해 9∼10월 TV홈쇼핑 6개사(CJ오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의 방송 100개를 조사한 결과 70.0%(70개)가 ‘방송사상 최저가’ ‘단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방송 종료 후 가격 환원’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했다. 특히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 상품의 82.9%(58개)는 방송 종료 후에도 자사 온라인몰에서 팔거나 다른 오픈마켓 등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렌털 및 여행상품 관련 방송 30개 중 93.3%가 반품, 위약금, 추가비용 등 불리한 정보를 눈에 잘 띄지 않는 화면 하단에 배치하거나 일시적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매출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모바일에서도 가격을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 한 TV홈쇼핑의 모바일앱에서는 주문 후 15일 뒤에야 적립되는 적립금을 뺀 가격을 판매가로 더 자주 표시했다. 조사 대상 6개사와 제휴해 운영 중인 모바일앱 2개의 경우 특정 할인조건(일시불·자동주문·신용카드 할인)이 모두 적용된 최저가를 판매가로 표시해 실제 가격을 알기 힘들게 했다.
유통업계에선 TV홈쇼핑의 영업 환경 악화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것이 과장·오인 광고가 늘어나는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온라인 및 해외직구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면서 실적 압박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사상 최저가’라는 문구를 자사 방송 사상 최저가라고 해명하는 등 소비자 상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가격 및 주요 정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상 최저가? 마지막 찬스?… 못 믿을 TV홈쇼핑
입력 2016-03-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