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결은 인간의 직관과 컴퓨터 계산의 대결”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인간의 직관을 인공지능이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오늘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무조건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말했던) 5대 0(승)까지는 안 나올 것 같다”며 회견장을 메운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어떤 준비를 해왔나.
“그동안 숱한 대국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다. 상대가 사람이 아니다 보니 준비 과정도 다르다. 상대 얼굴을 보며 기세를 읽는 것도 중요한데 이번에는 혼자 두는 느낌이다. 마인드컨트롤로 하루 1∼2시간씩 훈련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항상 바둑판이 있어 늘 가상훈련이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판후이 대결을 봤나.
“기보는 입수했다. 큰 의미는 없었다. 그 당시 알파고 실력은 아마추어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5개월이 흘렀는데 어떻게 업그레이드됐는지 궁금하다.”
-질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는데.
“물론 질 수도 있다. 인간적인 계산 실수로 패하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지더라도 바둑의 아름다움을 컴퓨터는 모른다. 지더라도 바둑의 가치는 계속된다.”
-이 9단이 0대 5로 패하면 바둑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나.
“인공지능의 역사에는 한 획을 그을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바둑계가 크게 달라질 수는 없다.”
-판후이처럼 첫 판에 지면 흔들릴 수 있는데.
“첫 판에 진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첫 판을 지고 역전승한 예가 많다.”
-이 9단이 이번 대국에서 배울 게 있나.
“다시 없을 대단한 경험이다. 이런 대회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처음 알파고와의 대결 제의가 왔을 때 5분도 망설이지 않고 승낙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컴퓨터에 맞선 인간의 강점을 말하면.
“직관력, 판단력은 인간의 강점이다. 알파고는 인간의 70∼80% 수준이랄까. 하지만 알파고의 연산 속도를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긴장하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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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8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