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 간에 세기의 바둑 대결이 벌어진다. 세계 최정상급 고수인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5번기 첫 대국이 9일 서울에서 열린다.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결에서 99.8%의 승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누른 현존 최강 컴퓨터다. 15일까지 진행되는 대결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렸다. 인간과 컴퓨터의 자존심을 건 사상 초유의 이벤트라서 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그간 컴퓨터는 인간 영역을 하나씩 정복해 왔다. IBM 슈퍼컴퓨터가 1997년 체스 챔피언을 꺾었고, 2011년에는 퀴즈대회 왕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체스보다 훨씬 복잡해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에 달하는 바둑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분야로 여겨졌다. 그런데 기존 것과 차원이 다른 알파고가 등장했다. 알파고는 사람 두뇌처럼 신경망 구조로 작동해 기보 3000만건을 스스로 쉼 없이 학습한다. 인간이라면 1000년이 걸릴 100만번의 대국을 한 달에 소화한다. 인간의 창의력·직관력은 따라가기 어렵지만 계산력과 수읽기가 탁월할 수밖에 없다.
누가 이길지 흥미진진하다. 8일 간담회에 참석한 구글 측은 “많은 업그레이드로 알파고가 더 강해졌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이 9단은 “여전히 자신감은 있으나 5대 0 승리까지는 아닐 것 같다”며 종전보다 자신의 승률을 조금 낮췄다. 승패는 물론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아닌 공존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본질적 과제다. 방한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인류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점도 AI가 가져올 더 좋은 세상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 생활의 혁신을 부를 AI는 인류가 계속 도전해야 할 영역이다. 특히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각국이 AI 기술 확보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므로 우리도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국내 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상황인 만큼 적극적 투자와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AI 발전이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되지만 그것 또한 우리 인간의 하기 나름이다.
[사설] 인공지능은 인류 미래의 비전이자 도전이다
입력 2016-03-08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