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에게 보험계리사 공부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한 간부는 8일 대학생 자녀에게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보험회계나 상품개발이 크게 바뀌고 있어서 보험계리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예전과 달라요.”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회계학과 교수는 공인회계사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줄어들고, 합격을 하고서도 대형 회계법인에 가려고 하지 않고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스펙으로 삼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뜨는 자격증이 달라졌다. 금융업계 최고의 자격증으로 여겨지던 공인회계사의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는 반면 보험계리사는 보험사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공인회계사 시험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자는 1만명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8300명 선에 그친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1만5000명을 넘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최근에는 영국 옥스퍼드대가 “회계사는 변호사 약사 등과 함께 10년 내에 로봇이 대체해 사라질 직업으로 꼽았다”는 뉴스가 회계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회계감사보수가 갈수록 떨어져 회계사 초봉이 3000만원대에 그치는 등 대기업보다 낮아진 반면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선배들을 보면 파트너까지 진급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데다 일감 수주 경쟁으로 만년 ‘을’의 위치라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한상 교수는 “로봇이 회계 장부를 작성하는 경리 업무는 대신해 줄 수 있어도 적절성을 평가하는 최종 단계는 인간인 회계사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회계사가 기업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일반인에게 낯선 보험계리사는 통계와 수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보험 위험을 관리하는 자격증이다. 올해부터 보험상품 개발이 자율화되고, 2020년 도입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준비에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보험계리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 대형보험사 IFRS4 대응팀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에 의존해 왔던 국내 보험산업이 앞으로는 상품 개발 역량과 위험관리가 핵심이 될 것이고, 그 역할을 하는 자리가 바로 보험계리사”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이 시행하는 보험계리사 시험은 IFRS4에 맞춰 2014년부터 대폭 개편됐다. 그전까지 매년 140명 안팎으로 배출되던 보험계리사는 2014년에 합격자가 아예 없었고, 지난해에는 불과 25명만 합격했다. 생명보험협회 이수창 회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험계리사가 귀한 몸이 되고 있다”며 보험사마다 보험계리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들에게 20만∼10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시험 응시를 장려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험에 최종 합격한 교보생명 박계령 보험계리사는 “업무와도 직결되고 적성에도 맞아 만족도가 높다”며 “어떻게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지 묻는 회사 동료나 후배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공인회계사 “어휴…” 보험계리사 “에헴∼”… 판바뀌는 금융 ‘자격증 직종’ 희비쌍곡선
입력 2016-03-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