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3월의 ‘추천 걷기여행길’로 강원도 정선의 뱅뱅이길 등을 추천했다.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꽃맞이길이다.
◇산세 따라 걷는 ‘뱅뱅이길’(강원도 정선군)=1974년 동강 강변으로 통행할 수 있는 호박길(동강로)이 생기기 전까지 귤암리 주민들이 정선 5일장터에서 생필품과 비료, 시멘트 등 공산품을 운반했던 생명의 길이었다. 병방산 허리를 가로질러 오르는 고갯길의 경사를 낮추기 위해 36굽이 뱅글뱅글 돌아 통행하던 귤암리 옛길이다. 병방치에 서면 굽이치는 동강의 아름다움이 가슴 뻥 뚫리는 청량감을 준다. 깎아지른 듯한 산세를 따라 뱅뱅 돌아가는 옛길을 따라 가면 할미꽃자생지가 있는 동강변 할미꽃마을에 이른다. 할미꽃은 3월 하순에 만개하는 야생화다. 약 3㎞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종착지인 귤암리는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뱅뱅이길은 왕복코스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철새 나그네길 2코스 해지게길(충남 서천군)=동백정에서 시작해 성경 전래지를 지나 마량포구에서 끝이 나는 총 길이 3.3㎞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정 동백나무 숲의 푸르름과 마량포구 서해안의 붉은 해돋이가 공존하는 곳이다. 종착지인 마량포구에서는 매년 광어·해돋이 축제가 열린다.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관이다.
◇구불길 7코스 신시도길(전북 군산시)=고군산군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시도는 본래 섬이었으나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 건설로 육지와 연결됐다. 섬에 월영산(月影山)이 있다. 정상은 198m에 불과하지만 발아래 신시도 일대는 물론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로 이어지는 섬의 무리가 한눈에 든다. 월영산 고개를 넘으며 새만금방조제 배수관문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월영봉을 넘어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대각산 바닷길을 걸으며 고군산군도의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대각산 해안을 따라 바닷길을 따라 걸어가면 다도해상에서나 볼 법한 난대림 식물과 곳곳에 숨은 동백을 만나게 된다. 12.3㎞로 6시간가량 소요된다.
◇지리산둘레길 21코스(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 주천면을 잇는 15.1㎞의 지리산 둘레길 21코스(산동∼주천)에서는 봄마다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는 돌담 옆 산수유 물결이 넘실댄다. 지리산 노고단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고, 편백나무숲에서는 상쾌한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다. 계척마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할머니 산수유나무를 만난다. 3월 말이면 현천마을까지 이어진 산수유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소요시간은 7시간.
◇정약용의 남도유배길 2코스 사색과 명상의 다산 오솔길(전남 강진군)=다산 정약용의 숨결이 살아있는 다산초당, 백련사 동백림, 강진만, 서정시인 영랑 김윤식 생가 등 볼거리가 많다. 다산초당은 강진에서 18여년 간 유배기간을 보낸 다산 선생이 10여년을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500여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한 곳이다. 강진만을 따라 남포마을과 목리마을을 차례로 지나면 다산이 1801년 11월 23일 강진에 유배와 4년 동안 기거했던 사의재와 서정시인의 삶이 담겨있는 영랑생가에 이른다. 15㎞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되며 걷기 쉽다.
◇유달산 둘레길(전남 목포시)=도심 속 힐링 코스로 각광을 받으면서 목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난코스가 없어 누구나 능선을 따라 걸을 수 있다. 3월 중순에는 동백이 만개하고 이후 개나리가 피어나면서 숲길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둘레길에서 유달산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오가는 배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6.3㎞로 2시간 30분 걸린다.
◇하화도 꽃섬길(전남 여수시)=임진왜란 때 안동 장씨가 정착한 마을로 해안절벽(큰굴)이 최고의 비경이다. 마을의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며, 예로부터 꽃이 많은 섬이라고 ‘하화도’ ‘아랫꽃섬’이라 불렸다. 이름에 걸맞은 꽃길이 조성돼 있으며 바다를 벗 삼아 섬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5.7㎞로 3시간가량 걸린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3코스 비진도 산호길(경남 통영시)=비진도는 ‘견줄 비(比)’ 자와 ‘보배 진(珍)’ 자를 쓴다. 보배와 비교될 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다. 우뚝 솟은 봉우리로 길이 이어지면서 초입부터 가파르다. 하지만 그 만큼 보상도 크다. 산홋빛 바다가 섬을 에두른 모습이 장관이다. 탁 트인 전망 아래 다도해와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2∼3월에는 동백나무, 3∼4월에는 야생화, 5월에는 눈꽃 날리는 때죽나무, 6월에는 산딸기가 반긴다. 여인바위의 전설을 가지고 있는 망부석전망대, 비진도 산호길의 최고 절경 감상 포인트인 미인도 전망대, 선유봉 정상의 선유봉 전망대, 해안절벽이 멋진 노루여 전망대가 있다. 비진도 내항에는 아직 해녀가 있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해녀가 갓잡은 전복 등 각종 해산물을 정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4.8㎞로 3시간 소요된다.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제주도 서귀포시)=한라산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싼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도로)와 임도, 표고버섯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80㎞의 환상숲길이다. 이 가운데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방향으로 돈내코탐방로까지 이어지는 13.5㎞의 구간으로 제주 4·3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주둔소, 화전민 터, 표고재배장 등과 동백나무 및 편백나무 군락지, 법정이오름, 어점이오름, 시오름, 미악산, 강정천, 악근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한라산 난대림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는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5·16도로변까지 꽃의 향연을 펼친다. 약 4시간30분 걸린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