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과 합병 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K브로드밴드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합병법인 출범 후 1년간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법인은 1500억원을 투자하고 1700억원은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
이 중 2200억원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 드라마, 다큐 등 일반 영상 콘텐츠에 1200억원, 차세대 방송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와 가상현실(VR) 등 융복합 콘텐츠에 600억원을 각각 사용한다. 글로벌 콘텐츠 펀드도 400억원 조성해 국내 제작사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나머지 1000억원은 관련 스타트업 활성화에 사용된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총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합병법인은 제작사 및 창업투자회사 대상으로 콘텐츠 펀드 설명회를 거쳐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7월부터 펀드 운영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다.
합병법인은 조성된 펀드를 토대로 전편을 주문형비디오(VOD)로 사전 제작해 동시에 개봉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이미 하고 있는 방식의 VOD 서비스다. 기존 TV 재방송 중심인 VOD 종류도 맞춤형 영화, 문화 예술 콘텐츠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콘텐츠 유통 구조까지 바꿔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 이인찬 사장은 “이번 펀드가 향후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과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단기 내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타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산되면 경쟁구도의 긍정적 변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정부의 합병 허가 여부 결정 전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미리 밝힌 것은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가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KT는 소송으로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저지에 나섰다. KT는 CJ헬로비전 주식을 보유한 KT 직원이 양사 간 합병을 결정한 주주총회가 무효라는 요지의 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KT는 SK브로드밴드의 주식가치를 높게 산정하고 CJ헬로비전 주식가치는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승인 없이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한 방송법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SK브로드밴드의 투자 계획 발표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이들은 “합병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투자 계획인 데다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며 “인수·합병을 전제로 투자한다는 것은 방송통신에 이어 콘텐츠 유통시장도 독점화해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SK브로드밴드 “합병 후 5년간 5000억 콘텐츠 투자”… 이인찬 사장, 청사진 제시
입력 2016-03-08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