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서쪽 변경 강화도에는 ‘돈대’가 있다. 숙종 때(1679년) 관군과 승려를 동원해 돌로 쌓은 요새다. 이양선이 출몰하던 19세기 중반은 프랑스와 미국 등 총을 들고 통상을 요구하던 서구열강의 침략 전초기지였다. 이 돈대에 서면 한강으로 진입하는 모든 사물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요충지인 이유다. 침략과 방어라는 돈대의 역사성은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한한공 서소문빌딩 일우스페이스에서는 돈대를 소재로 한국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시간의 씨줄과 공간의 날줄로 엮은 사진작품 35점을 볼 수 있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수여하는 제6회 일우사진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상엽(49)의 개인전 ‘변경의 역사’전이다.
돈대의 암석 위로 뻗은 덩굴, 주변의 숲, 멀리 보이는 갯벌, 밤하늘까지…. 그가 찍은 돈대의 풍경 사진은 입자감이 마냥 거칠다. 시간 속에서 마모되어 가는 돌의 질감을 연상시킨다. 얼핏 회색톤 풍경 사진을 진열한 전시장에 그는 돈대가 증언하는 아픈 역사를 집어넣는다. 포탄자국이 선명한 돈대의 외벽. 과거 미 해군의 군함이 선상에서 쏜 것으로, 그 위에 지금 선명하게 흰 페인트칠이 돼 있다. 해병대 초소로 쓰이는 돈대도 있다. 초소와 철책이 마치 바다와 땅의 경계인 양 서 있는 풍경은 불안함을 자아내는데 어떤 돈대 주변에는 횟집이 들어서 아이러니하다. 오욕의 역사도, 남북의 긴장도 관광 상품화되고 있음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내는 것이다.
전시는 1871년 조선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신미양요를 모티브로 삼았다. 서구 문명과의 격전지였던 강화도 돈대의 미 해군 아카이브 사진에 대한 리서치에서 시작했다. 미 해군이 공개한 아카이브에서 찾은 사진 기록물도 함께 전시됐다.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화가가 전투장면을 그렸다. 그런데 신미양요 때는 사진가를 원정대에 대동해 찍었다. 서양인이 찍은 최초의 한국사진 속 널브러진 조선군의 시신이 아프게 다가온다. 3월 30일까지(02-753-6502).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 속 ‘돈대’ 아픈 역사를 말하다… 다큐작가 이상엽 ‘변경의 역사’ 展
입력 2016-03-08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