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제주는 들썩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기 때문이다. 최경주, 박세리 등과 스킨스 게임(홀마다 상금이 걸려 있는 골프경기)을 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다. 지금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 그의 ‘삼다도 2박3일 나들이’는 요란했다. 총상금 20만 달러인 이벤트 대회에 150만 달러의 초청료를 받은 것이나, 조기경보기까지 장착한 3000만 달러짜리 전용기를 타고 온 것이나, 모든 것이 화젯거리였다. 걸어 다니는 ‘스포츠 재벌’다웠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두들 놀랐지만 우즈 자신은 열두 살 소녀의 장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꿈나무 클리닉에 등장한 이 소녀는 우즈 앞에서 긴장도 할 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은 몸을 꼬며 드라이버로 260야드를 펑펑 날린 것이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우즈의 모습이 생생하다. “가르칠 게 없다. 기회가 되면 미국으로 가자”며 극찬할 정도였다. 그 주인공이 바로 장하나(24)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2013년 국내 무대를 평정한 그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했고 올해에는 본격적인 승수 쌓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첫 우승에 이어 지난주에는 두 번째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5개 대회 만에 벌써 2승이다.
하지만 그는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인 성격 탓에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첫 우승 때는 ‘사무라이 세리머니’로 구설수에 오르더니 지난주 대회에서는 팝스타 비욘세의 춤을 따라하는 ‘댄스 세리머니’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부상을 당한 후배 전인지(22)가 대회 출전을 포기한 상황에서 우승에 들뜬 나머지 춤을 춘 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포츠는 매너를 중시한다. 특히 상대에 대한 배려는 남다르다. 이는 장하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새겨야 할 덕목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장하나 세리머니
입력 2016-03-08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