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근] 전문가 의견 반영된 보건의료 정책 조율 필요하다

입력 2016-03-08 18:03

북한의 수소탄 시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핵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외신들이 놀랄 정도로 국민들의 동요는 적다. 이에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잇달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대부분 식상한 의견을 제시할 뿐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합리적으로 모으는 능력이 훌륭하지 못하다. 보건의료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책이 정부 주도에서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치는 형태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즈음이었다. 지난 16년간 이뤄진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을 돌아보면 사실상 의견 접근을 거쳐 의견이 조율된 기억은 많지 않다. 2000년대 초반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회 회의가 연간 24회 이상 개최됐던 적이 있다. 하지만 24번의 회의는 거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았다. 대부분의 정책 결정은 전문가 의견보다는 다수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다수결 원칙이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의사결정 방식이지만 그 기반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입장이 다양한 경우 토론과 의견 교환을 통해 조정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보건의료는 전문가 의견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현재 보건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뿐 아니라 이를 지속하기 위한 의료 공급체계의 건전성, 타 산업 분야로 여겨졌던 민간보험과의 관계성, 의료 시스템 유지를 위한 산업화 과정 등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많은 경우 이해가 충돌해 조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북핵 사태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나 보건의료체계 개선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하나의 원칙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국민은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기본적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며, 이 합의를 위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미래비전이 제시될 수 있는 정책조율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상근 병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