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갈등 격화… 운항 거부 기장 파면

입력 2016-03-07 21:33
대한항공이 여객기 조종을 거부한 기장에게 파면 결정을 내렸다.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촉발한 대한항공 노사 갈등이 강 대 강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항공은 7일 운항본부 주재로 자격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난달 21일 필리핀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 운항을 거부한 박모 기장을 파면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박 기장의 행위는 의도적으로 운항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더 이상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천에서 마닐라로 도착한 박 기장은 연이어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를 조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닐라 현지에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자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없다’는 자체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조종을 거부했다. 앞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쟁의행위를 가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박 기장이 마닐라로 출발하기 전 인천에서 비행 브리핑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고 강조했다. 또 ‘비정상적인 상황’ 발생시에는 14시간까지 연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박 기장은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내 중앙상벌심의위원회는 재심을 진행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경영진을 비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가방에 부착한 조종사 21명에 대해서도 9일 자격심의위원회에 대거 회부한다. 자체 징계와는 별도로 명예훼손 혐의로 노조를 고발한 상태다.

조종사노조는 사측의 강경대응에 대해 “몰상식한 짓”이라고 반발하면서 8일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연대투쟁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향후 투쟁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