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콘텐츠’ 공감 능력을 더하다… 드라마·만화 다양한 장르로 진화 중

입력 2016-03-09 04:02
육아가 대중문화의 주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좌충우돌 육아기를 다룬 MBC 드라마 ‘마이 리틀 베이비’의 오지호가 갑자기 키우게 된 조카를 목에 태우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한 배우 기태영이 딸 로희를 돌보는 모습. EBS가 만든 육아상담 앱 ‘EBS육아학교Pin’의 메인 화면. MBC, KBS, EBS 제공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고, 부모에게만 책임을 지워서도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부모, 가족, 이웃, 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게 육아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24명이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초저출산국(출산율 1.3명 미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육아는 한 가정의 일인 동시에 국가적인 일이 됐다. 가장 핫한 이슈가 된 ‘육아’는 대중문화에서도 주요 소재로 떠올랐다. 교양 프로그램을 넘어 예능, 드라마,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에서 육아를 말한다.

◇‘아이’ 아닌 ‘육아’에 방점 찍는 방송들=최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인물은 기태영이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대신 아빠 기태영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이기 때문이다.

기태영은 준비된 아빠다. 평소 해본 듯한 솜씨로 분유를 타고, 트림을 시키고, 마사지까지 해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를 낳기 전 육아 서적을 섭렵했다고 하는 그는 다소 서툴지만 적극적으로 육아에 나서며 아빠의 본보기를 그리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SBS ‘오 마이 베이비’ 등은 지금까지 ‘육아’보다는 ‘예쁜 아이들’이 더 화제가 돼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 못잖게 연예인들의 육아에 관심을 갖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이들의 예쁜 모습만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육아의 어려움과 육아 현실을 충실히 보여줘야 시청자들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육아 관련 교양 프로그램을 다수 만들어 온 EBS는 육아 상담 어플리캐이션(앱)을 만들었다. ‘EBS육아학교Pin’은 모바일에서 육아 전문가와 상담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육아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의도다.

육아 트렌드를 보여주는 드라마도 나왔다. MBC ‘마이 리틀 베이비’는 갑자기 어린 조카를 맡게 된 강력계 형사 오지호(차정한 역)의 좌충우돌 육아를 다룬 드라마다. 육아 전선에 뛰어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육아 정보를 얻는다는 등의 설정은 현실을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TV 속 육아는 100%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방송으로 보여줘야 하니 일상보다 이벤트가 중심이 되는 탓이다. 예외적이고 특별한 순간들 위주로 방송하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생생한 육아 궁금하다면 웹툰을 보세요=대중문화에서 생생한 육아 현장을 담고 있는 매체는 만화다. 웹툰에서 다루는 육아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영유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해 낸 웹툰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 중인 순두부 작가의 ‘나는 엄마다’가 있다.

전업주부였다가 워킹맘이 된 만화가 엄마의 육아 일기다. 아이들이 얼마나 귀여운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주로 다뤘다. 육아에 충실 하느라 본연의 자신을 잃는 것에 대한 아쉬움, 휴식과 자기 계발에 대한 갈망, 더 좋은 엄마가 되고픈 소망, 엄마의 눈으로 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여러 감상 등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수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패밀리 사이즈’는 4남매를 키우는 만화가 부부의 육아 일기다. 부부인 김인호·남지은 작가는 몇 년 째 출산율 1.3명에도 못 미치는 초저출산 국가에서 무려 아이 넷을 키우는 애국자다. 남매 구성은 더 흥미롭다. 아들 셋에 딸 하나.

이미 아들이 셋인데 네 번째 출산을 감행한 이 부부에게 감탄과 경이를 보내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할 만하다. 두 작가는 부부가 함께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키워 육아에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래도 아이 넷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부부는 네 아이와 함께 지내는 삶을 “행복하다”고 전한다. 때론 식당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다투거나 다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패밀리 사이즈’를 보면 알 수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