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둔 女性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
입력 2016-03-08 04:00
서울에 사는 김지인(36·여)씨는 5살 아들과 3살 딸을 둔 워킹맘이다. 김씨 회사가 여느 회사보다 직장 어린이집이 잘돼 있었기에 일을 그만두지 않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고민은 ‘두 아이를 이제 어느 정도 키웠다’ 싶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 큰아이를 낳고 둘째아이를 임신·출산하고 복직한 뒤 한동안 지원됐던 정부와 회사 내 ‘모성보호 정책’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아기 엄마’ 배려도 사라졌다. 아이가 클수록 워킹맘은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금은 직장어린이집이라 오후 7시까지도 맡기곤 하지만, 6∼7세에 일반 유치원을 보내려고 생각하니 답이 없다”면서 “초등학교 입학이 가장 큰 위기라는데, 그때 가서 그만두느니 한 살이라도 어린 지금부터 아이 곁에 있어줘야 하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이 3∼5세 자녀를 가진 여성 기준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유아 자녀를 키우며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임이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장시간 근로 문화를 해소하거나 공공보육 체계가 정착돼야 이 같은 경력단절이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만 14세 이하 자녀(막내 기준)를 둔 한국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0.8%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국가(27개국) 중 20위에 그쳤다. 그런데 자녀 연령을 유아기로 국한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에서 만 0∼2세 자녀를 둔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32.4%로 25위에 그쳤고, 만 3∼5세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35.8%로 27개국 중 가장 낮았다. 덴마크 캐나다 핀란드 등 선진국의 경우 같은 조건을 가진 여성들의 고용률이 70%를 넘어선 것과 크게 대조된다.
특히 한국은 5세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특징을 보였다. 노동연구원은 ‘기혼여성의 경제적 상태변화’ 보고서에서 “비교 국가들은 대부분 자녀의 연령이 만 3∼5세로 늘면서 고용률이 증가한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0∼2세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만 3∼5세는 0∼2세와 달리 보육기관 등의 이용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OECD 다른 국가들의 여성 고용률이 이 시기에 크게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성미 전문위원은 “결국은 아직 한국에서 유아기 보육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와 기관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일과 보육이 병행될 수 있는 제도와 사회문화 정착이 되지 않으면 여성 고용률 제고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자녀 양육이 걸린 연령대인 35∼39세 여성 고용률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전체 여성 고용률은 1991년 49.4%에 비해 지난해 58.2%까지 높아진 반면 30대 후반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2000년 초반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49.8%에 머물렀다.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 고용이 후퇴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추세의 영향으로 고소득 미혼 여성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전문위원은 “기혼 여성의 소득 수준을 분석해 보면 20, 30대에서 고소득층이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소득이 높은 여성이 기혼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